새벽 4시 30분, 서울 은평구 진관동 신수교통 공영차고지. 첫차는 오전 3시 50분에 이미 나갔고, 두 번째 차를 기다리는 기사와 방금 돌아온 기사가 뒤섞였다. 그 틈에서 낯선 얼굴 하나가 눈에 띄었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가 된 지 이틀째라는 20대 남성이었다.
새벽 4시 30분, 진관동 공영차고지. 서울 시내버스 기사가 된 지 이틀째인 신입 기사가 오른편 파란 버스 운전석에 앉아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휴게실에서 만난 A씨(50대)는 2000년부터 버스 운전대를 잡았다. 1998년 결혼했고, 2000년 큰아이가 태어났다. 외환위기로 회사들은 문을 닫거나 사람을 내보냈다. 월급이 몇 달씩 밀리는 회사도 흔했다.
"결혼도 했고 애는 태어났으니까 애를 키워야 되잖아요." 그는 "어쩔 수 없이 우선 버스 운전이라도 하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나라가 나아지면 회사에 다시 취업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게 끝이 됐다.
“40대 되면 어디 취업하기 어렵잖아요.” 나라가 나아질 때쯤 이미 나이가 차 있었다고 했다. 같은 세대 동료들 이야기도 꺼냈다. "결혼 적령기를 놓쳐버리니까 총각으로 늙어버리는 거지. 여기도 총각들이 많아요. 나이 많은 총각들." A씨는 26년째 핸들을 잡고 있다.
A씨는 요즘 젊은 세대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살겠다라는 마음이 있다고 해서 나라나 경제가 이렇게 받쳐주지 않으면은 내 마음만 가지고는 절대 안 돼."
그사이 시내버스 기사의 조건은 달라졌다. 서울시는 2004년 준공영제(서울시가 버스 운수업체에 운영 보전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2025년 기준 보전금은 4575억 원이다. 2026년 시내버스 기사 임금 인상률은 3.2%로 결정됐다. 정년은 2026년 7월 64세로 연장됐다가 2027년 7월 65세로 한 차례 더 늘어날 예정이다.
젊은 기사들이 핸들을 잡는 이유는 A씨와 달랐다. 이날 새벽 차고지에서 눈에 띈 B씨(20대)에게 어떻게 이 일을 시작했냐고 물었다. "동생이 먼저 하고 있었는데, 추천을 해줘가지고." 입사한 지 얼마나 됐냐는 질문에는 잠깐 멈췄다가 답했다. "이틀밖에 안 돼가지고… 이틀이요."
시내버스 기사가 되려면 1종 대형면허와 버스운전 자격증을 갖춰야 한다. 운전 경력 1년 이상이면 자격증 응시 자격이 생긴다. 채용 후에는 1일 2교대제로 운영되며 하루 약 9시간 근무한다. 오래 할 생각이 있냐고 묻자 B씨는 짧게 답했다. "오래 해야죠, 오래."
또 다른 버스 기사 C씨(30대)는 그 단계를 거쳐 온 기사다. 경기 지역 버스를 8년 몰았고, 중간에 전세버스도 운전했다. "경력은 무조건 있어야 되니까. 무사고로 1년만 딱 채우고 오신 분도 많은데, 제 동기도 두 명이 마을버스 1년 하고 오셨거든요."
만족하냐는 질문에 C씨는 망설이지 않았다. "저는 솔직히 만족은 해요. 내 할 일 하고, 일 끝나면 쉬거나 자거나, 개인 시간이 좀 많다 보니까." 단점도 직접 꼽았다. 오전·오후 2교대로 일하다 보니 친구들과 쉬는 시간이 엇갈린다고 했다. "경조사라던가 이런 걸 많이 못 챙겨요."
고충은 또 있었다. 버스 앞유리는 승용차보다 훨씬 커서 햇빛이 그대로 들어온다. C씨는 선크림을 발랐는데도 올여름 얼굴이 검게 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너 무슨 일 있어? 왜 이렇게 많이 탔어?"라고 물을 정도였다.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는 쓸 수 없다. "복면 마스크 같은 걸 하면 승객분들께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해서 하지 못하게 하거든요. 민원이 들어갈 수도 있어서요."
KF94 마스크를 쓰기는 하지만, 그걸로는 다 가려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C씨의 결론은 같았다.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고,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만족은 해요."
10월 30일 새벽, 서울 은평구 진관동 신수교통 공영차고지. 첫차 운행을 앞두고 버스들이 차고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사진=교통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