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9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결국 결렬을 선언했다. 2년 연속 전면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노조가 30일 오전 4시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하면서 출근길 혼란이 예고됐다.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29일 오후 5시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2차 조정 회의를 열었다. 자정을 넘겨 협상을 중단했다가 재개하기를 반복했지만 양측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30일 오전 2시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노사 갈등의 핵심은 통상임금 산입 범위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고 판결하면서 기존 임금체계 전반에 파장이 미쳤다. 노조는 통상임금 문제는 판례 변경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며 교섭 테이블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기존 임금체계 자체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음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어서 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맞선다. 노조는 여기에 기본급 8.2% 인상, 정년 63세에서 65세로 연장, 동일노동 임금차별 폐지 등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전부 반영하면 임금이 15% 오르는데 기본급 8.2%까지 더하면 인건비가 연간 3,000억원가량 불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노위가 임금을 동결하고 통상임금 산입 문제는 추후 논의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노사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협상 결렬 직후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노사 간 입장차가 너무 커서 조정중지를 신청했다"며 "통상임금은 조정안에도 없는 것인데 사측이 협상 테이블로 들고나온 것이 가장 큰 쟁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준법운행을 하다가 협상이 잘 안 되면 파업에 들어간다"며 전국 동시 파업 카드도 배제하지 않았다.
김정환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통상임금 문제가 여러 업계에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는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조가 선택한 준법투쟁은 승객이 자리에 앉은 것을 확인한 뒤 출발하거나 앞차를 추월하지 않는 방식으로 연착을 유도하는 것이다. 버스노조가 쟁의행위 방식으로 준법운행을 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5월 1일 근로자의 날부터 징검다리 연휴가 이어지는 만큼 실제 혼잡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시는 출근시간대 지하철 47회 증편과 무료 셔틀버스 125대 투입 등 비상수송 체계를 가동했다. 시민들은 120 다산콜센터를 통해 버스 이용 불편 사항을 신고할 수 있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성숙한 시민 의식과 책임감 있는 운수종사자의 행동으로 준법투쟁 첫날은 큰 혼란 없이 넘어갔지만, 준법투쟁이 전면 파업으로 바뀔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원만한 노사 합의가 도출되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