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파업은 필연인가, 대안은 가능한가? 서울 시내버스 준법투쟁이 남긴 질문
  • 하목형 기자
  • 등록 2025-04-30 09:45:20

기사수정
  • 서울 시내버스, 준법투쟁 돌입…노사 협상 결렬로 시민 불편 우려
  • 통상임금·기본급 인상 등 쟁점…노사 입장차 좁히지 못해
  • 준법투쟁으로 운행 지연·배차 간격 증가 예상...서울시, 지하철 증편·셔틀버스 운행 등 대책 마련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단체협약 협상 결렬로 30일 새벽 4시 첫차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하면서, 출퇴근길 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업이 노동쟁의의 필연적인 수단인지, 아니면 다른 대안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서울시의 한 차고지에 시내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교통일보 자료사진)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29일 오후 5시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9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30일 새벽 2시께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이에 따라 예정대로 준법투쟁에 들어갔다.


준법투쟁은 모든 교통법규와 안전운행 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하는 방식으로, 평소보다 운행 속도가 느려지고 배차 간격이 늘어날 수 있다. 노조는 급출발·급제동 금지, 정류장 정차 시 승객이 자리에 앉을 때까지 대기, 앞차 추월 금지 등을 지침으로 제시했다. 이는 법적으로 정당한 쟁의 행위로 간주된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은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해석이다. 노조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본급 8.2% 인상과 정년 연장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기존 임금체계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음을 전제로 마련된 것인 만큼, 법리 변경에 따라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인건비 총액이 한 해 약 3,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시는 준법투쟁에 따른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하철 출근 시간대 운행을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로 1시간 연장하고, 1~8호선과 우이신설선의 열차를 47회 추가 투입한다. 


또한, 지하철역과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자치구별로 1~2개 노선씩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주요 교통 혼잡 지역에 교통경찰을 배치하는 등 서울경찰청과 협조하여 정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준법운행을 하다가 협상이 잘 안되면 파업에 들어간다"며, 향후 전국자동차노조 지역 대표자 회의를 통해 전국 동시다발 파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파업에 따른 시내버스 전면 운행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으나, 준법투쟁에 따른 운행 속도 저하, 배차 간격 증가 등 시내버스 이용 불편이 예상된다"며, 시민들에게 지하철 등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준법투쟁은 지난해 3월 12년 만에 단행된 전면 파업과 달리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조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향후 전면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같은 준법투쟁은 법규와 안전 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하는 방식으로, 운행 속도 저하와 배차 간격 증가 등의 시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 3월의 전면 파업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여전히 시민들에게는 큰 불편으로 다가온다. 


노동쟁의에서 파업은 전통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필연적인 수단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다양한 대안이 존재한다.


프랑스는 2008년부터 공공교통 부문에서 파업 시 최소 서비스 유지 법안을 도입했다. 노조는 파업을 예고하고, 고용주와 최소 서비스 수준을 협상해야 한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탈리아는 필수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파업 전 10일 사전 통보와 최소 서비스 유지가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다. 또한, 독립 중재 기구를 통해 노사 간 분쟁을 조정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최근 최소 서비스 수준 법안을 도입했으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노동계는 이 법안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정부는 공공서비스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는 파업이 유일한 수단이 아님을 보여준다. 노사 간의 신뢰 구축과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통해,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서울 시내버스 준법투쟁은 노동자의 권리와 시민의 불편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시도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파업과 준법투쟁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굳이 해외 사례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노사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제도적 장치와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와 시민의 편익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프로필이미지

하목형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강남 30분 시대”라더니…김포에 돌아온 건 반쪽 ‘서울역 직결’ 김포 정치권과 지자체는 GTX-D 서울역 직결안 통과에 환호했지만, 시민이 기대한 ‘강남 직결’은 빠진 채 확정됐다. 강남 수요와 도시 성장 전망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김포시민이 기대한 건 ‘강남 30분 시대’였다. 정치인들은 수년간 이를 내세워 지역 여론을 달궜고, 서부권 광역급행철도(일명 GTX-D 선행구간)이 강남까...
  2. 대구 개인용달 화물차 ‘생계 위기’…택배 전환·번호판 충당 해법 모색 [대구경북취재본부 서철석 기자] 대구지역에서 운행 중인 1톤 개인용달 화물차들이 과잉 공급에 따른 심각한 경영난으로 생계 위협에 직면했다. 업계는 택배 전환과 번호판 충당을 핵심 해법으로 제시하며, 용달·택배 간 전략적 제휴를 통한 상생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지역 용달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구에는 개인용달 차량이 과도하...
  3. 더현대 광주, 북구-광주시 충돌…정준호 의원 “복합쇼핑몰 교통문제, 국회가 조정자 역할 나서야” 광주 북구가 ‘더현대 광주’의 건축허가를 조건부 승인했지만, 교통 인프라 개선을 두고 광주시와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건축허가는 북구가 맡았지만, 교통대책 수립과 예산 편성 권한은 광주시에 있어 두 기관 간 역할 분담이 뚜렷하다. 해당 사업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터에 연면적 27만3천895㎡(지하 6층·지상...
  4. 애플페이 교통카드, 한국 대중교통 바꿀까?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로도 교통카드를 쓸 수 있는 시대다. 애플페이가 한국 대중교통에 정식 적용됐지만, 기능적 제약과 정책 연계 미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2025년 7월 22일, 애플과 티머니가 애플 월렛에 티머니 교통카드를 공식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아이폰과 애플워치 사용자도 스마트기기 하나로 전국 대중교통을 이용...
  5. 서울 지하철 부정승차, 끝까지 징수…우대·기후동행 돌려쓰기 집중 단속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부정승차에 법적 조치를 병행하고, 우대용·기후동행카드 부정사용에는 과학적 단속 시스템을 도입했다.7일 공사는 부정승차를 단순 위반이 아닌 ‘명백한 범죄행위’로 간주해, 소송부터 강제집행까지 끝까지 책임을 묻는다고 밝혔다. 통합 이후 지금까지 130여 건의 소송을 진행했으며, 지난해에는 22건...
  6. 서울시, 외국인 대상 택시 바가지요금 100일간 특별단속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택시의 부당요금 요구, 승차거부, 불친절 등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100일간의 집중 단속에 나섰다.서울시는 여름 휴가철과 관광 성수기를 맞아 외국인 택시 민원을 해소할 특별 대책을 시행한다고 6일 밝혔다. 인천·김포공항, 명동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에 단속 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승차거부...
  7. 신규 운면허 취득자 2년째 감소세…청년층 "기후동행카드면 충분"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가 2년 연속 급감하면서 전국 운전면허학원이 매월 2-3곳씩 폐업 위기에 처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신규 면허 취득자는 전년 대비 10% 감소한 80만명대로 떨어질 전망이며,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된 "기후동행카드면 충분하다"는 인식이 업계 존폐를 위협하고 있다.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108만명이던 신규 운전...
  8. TS '오늘도 무사고' 캠페인 100일, 전국 안전문화 확산 성과 한국교통안전공단(TS)이 4월 30일 출범한 범정부 교통안전 캠페인 '오늘도 무사고'가 100일을 맞아 전국 14개 지역본부에서 232회 현장 캠페인을 실시하고 1만2천여 명의 국민이 참여하며 전국적인 교통안전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한국교통안전공단은 이번 캠페인이 기존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교통안전 홍보에서 벗어나 ...
  9. 8.15 광복절 세종대로 18시간 전면차단…폭주차량 특별단속도 서울경찰청은 제80주년 광복절 기념행사로 인해 15일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18시간 동안 세종대로(적선로~세종로) 일대를 양방향 전면 통제하고, 동시에 폭주·난폭운전 차량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다고 11일 밝혔다.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세종대로 등 교통통제는 총 3단계로 나눠 실시된다. 1단계는 지난 10일 오전 0시부터 16일 오후 ...
  10. ‘나중에 돌려드릴게요’ 복지이직금 900억 미지급…서울개인택시조합, ‘폰지 사기’ 논란 서울개인택시조합의 복지이직금 제도가 회비에 의존한 순차 지급 방식으로 운영되며, 누적 미지급금이 900억 원(2025년 8월 기준)을 넘어섰다. 신규 회비로 기존 수급자의 이직금을 충당하는 구조가 ‘폰지 사기’와 유사하다는 지적 속에, 이사장 교체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제도 개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복지이직금은 개인택시 기사가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