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단체협약 협상 결렬로 30일 새벽 4시 첫차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하면서, 출퇴근길 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업이 노동쟁의의 필연적인 수단인지, 아니면 다른 대안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서울시의 한 차고지에 시내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교통일보 자료사진)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29일 오후 5시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9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30일 새벽 2시께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이에 따라 예정대로 준법투쟁에 들어갔다.
준법투쟁은 모든 교통법규와 안전운행 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하는 방식으로, 평소보다 운행 속도가 느려지고 배차 간격이 늘어날 수 있다. 노조는 급출발·급제동 금지, 정류장 정차 시 승객이 자리에 앉을 때까지 대기, 앞차 추월 금지 등을 지침으로 제시했다. 이는 법적으로 정당한 쟁의 행위로 간주된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은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해석이다. 노조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본급 8.2% 인상과 정년 연장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기존 임금체계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음을 전제로 마련된 것인 만큼, 법리 변경에 따라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인건비 총액이 한 해 약 3,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시는 준법투쟁에 따른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하철 출근 시간대 운행을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로 1시간 연장하고, 1~8호선과 우이신설선의 열차를 47회 추가 투입한다.
또한, 지하철역과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자치구별로 1~2개 노선씩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주요 교통 혼잡 지역에 교통경찰을 배치하는 등 서울경찰청과 협조하여 정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준법운행을 하다가 협상이 잘 안되면 파업에 들어간다"며, 향후 전국자동차노조 지역 대표자 회의를 통해 전국 동시다발 파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파업에 따른 시내버스 전면 운행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으나, 준법투쟁에 따른 운행 속도 저하, 배차 간격 증가 등 시내버스 이용 불편이 예상된다"며, 시민들에게 지하철 등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준법투쟁은 지난해 3월 12년 만에 단행된 전면 파업과 달리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조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향후 전면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같은 준법투쟁은 법규와 안전 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하는 방식으로, 운행 속도 저하와 배차 간격 증가 등의 시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 3월의 전면 파업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여전히 시민들에게는 큰 불편으로 다가온다.
노동쟁의에서 파업은 전통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필연적인 수단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다양한 대안이 존재한다.
프랑스는 2008년부터 공공교통 부문에서 파업 시 최소 서비스 유지 법안을 도입했다. 노조는 파업을 예고하고, 고용주와 최소 서비스 수준을 협상해야 한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탈리아는 필수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파업 전 10일 사전 통보와 최소 서비스 유지가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다. 또한, 독립 중재 기구를 통해 노사 간 분쟁을 조정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최근 최소 서비스 수준 법안을 도입했으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노동계는 이 법안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정부는 공공서비스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는 파업이 유일한 수단이 아님을 보여준다. 노사 간의 신뢰 구축과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통해,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서울 시내버스 준법투쟁은 노동자의 권리와 시민의 불편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시도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파업과 준법투쟁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굳이 해외 사례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노사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제도적 장치와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와 시민의 편익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하목형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