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정비 분야에서 E-7-3 숙련기능인력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기술자가 처음으로 현장에 배치됐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개업체 관계자들이 입국한 몽골 판금·도장 숙련공 1·2호(가운데)를 환영하고 있다. (사)한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제공
(사)한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회장 양승용·이하 연합회)에 따르면 몽골 국적의 자동차 판금·도장 숙련공 2명은 지난 10월 2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와 전북 지역 자동차종합정비공장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법무부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일반기능인력(E-7-3) '자동차 판금·도장원' 시범사업으로 선발된 인력이다.
이들은 공항에서 곧바로 고용업체가 있는 전북으로 이동해 외국인 등록과 고용보험 가입 절차를 마친 뒤 현장 업무에 들어갔다. 입국장에서는 연합회와 송입업체 관계자들이 '대한민국 1호 자동차 판금·도장 숙련원' 환영 현수막을 들고 이들을 맞았다.
연합회는 이어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중국(송입업체 '강남인터네셔널')과 베트남(송입업체 '유니원') 국적 근로자 20명이 순차적으로 입국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경기도와 전북, 광주 지역 정비공장에서 일할 예정이다. 연합회는 자동차정비 분야에서 숙련기능인력 비자로 들어온 해외 인력이 현장에 배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고령화·청년층 기피에 만성 인력난
자동차 차체수리(판금)와 보수도장은 사고 차량 수리의 핵심 공정이다. 그러나 작업 환경이 힘들어 청년층 신규 유입이 줄고, 기존 숙련공의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국 종합정비업체가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어 왔다고 연합회는 설명했다.
숙련인력 부족은 수리 기간 지연으로 이어져 자동차 소비자의 불편으로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연합회는 이에 따라 판금·도장 분야 해외 숙련인력 도입을 정부에 꾸준히 건의해 왔다.
이후 법무부는 2025년 E-7-3 비자 직종에 '자동차 판금·도장원(S75104)'을 시범 도입하기로 승인했다. 시범 기간은 2025년 10월부터 2027년 10월까지 2년이다.
자료 : (사)한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경력 5년·실기 70점 이상 '검증된 숙련인력'
E-7-3은 법무부가 정한 직종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숙련 기능을 갖춘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취업비자다. 단순 노무 인력이 아니라 검증된 숙련인력을 들여오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자격 요건은 판금·도장·정비 분야 경력 5년 이상이거나, 관련 학과 전문학사 이상 학위에 경력 3년 이상이다. 여기에 국토교통부 지정기관이 꾸린 기량검증단의 실기평가에서 70점 이상을 받아 기량검증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고용업체는 자동차관리사업 등록상 종합정비업(소형종합정비업 포함) 업체여야 하며, 국민 고용인원의 20% 한도 안에서 업체당 최대 2명까지 채용할 수 있다. 임금은 전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70% 이상이어야 한다.
시범 기간 도입 규모는 매년 330명으로, 시·도별 종합정비업체 수 비율에 따라 배분된다.
현지 실기평가부터 공개추첨까지
연합회는 국토교통부 지정기관으로서 기량검증단 구성·운영, 고용업체 선정, 송입·송출업체 관리, 사증 발급 관련 행정, 입국 후 사후관리까지 도입 전 과정을 맡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도입 업무 매뉴얼과 근로자 기량평가 기준 개발도 연합회가 담당했다.
기량검증단은 현장 경력 10년 이상 전문가와 국가기술자격 검정위원, 기능경기대회 감독위원 등으로 구성한 전문가 풀에서 꾸렸다. 직종별 전문가 2명을 포함한 4명 이상이 국가별로 파견됐다.
현지 실기평가는 판금과 도장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판금은 도어 패널 복원, 시편 용접, 부품 탈부착 등 3개 과제를, 도장은 컬러 조색과 프런트 펜더 표준도장 등 2개 과제를 각 270분 동안 평가했다.
실무 한국어 면접과 신원·건강 확인도 함께 이뤄졌다. 합격자는 실기 점수에 따라 A·B·C 등급으로 나뉘며, 등급은 임금에 반영된다.
고용업체는 전국 종합정비업체를 대상으로 한 공개모집을 거쳐 선정했다. 시·도조합이 신청자가 입회한 가운데 공개추첨을 진행했으며, 추첨 전 과정은 영상으로 기록했다.
송입·송출업체도 공개모집으로 국가별 2개 이상 복수 선정했다. 비용 항목과 상한을 미리 고지하도록 해 근로자에게 부당한 추가 비용이 전가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자료 : (사)한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서류·영상심사 거쳐 입국…숙소·멘토·OJT 제공
이번에 입국한 몽골 숙련공은 현지 모집공고 이후 1차 서류·작업 동영상 심사와 2차 현지 기량검증(실기평가·한국어 면접)을 통과했다. 이어 고용업체 배정과 근로계약, 국토교통부 고용추천, 법무부 사증 발급, 입국 전 교육을 거쳤다.
고용업체는 숙소를 제공하고 최소 1개월 이상 멘토를 지정해 현장 적응을 돕는다. 최초 근로계약 후에는 40시간 이상의 현장직무교육(OJT)도 실시해야 한다.
사업 준비는 올해 초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국토교통부가 3월 '자동차 판금·도장 분야 외국인 도입 업무 매뉴얼'을 마련했고, 4월 7일 KTX 광명역에서 사업설명회가, 6월 16일 같은 장소에서 고용업체 공개추첨이 열렸다. 8~9월에는 몽골·중국·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 등에서 현지 영상심사와 기량검증이 이뤄졌다.
기관별 역할도 나뉜다. 법무부는 직종 승인과 사증 발급, 체류 관리를 맡고, 국토교통부는 지정기관 지정과 고용추천서 발급, 합동 모니터링을 담당한다. 시·도 조합은 고용업체 신청 접수와 적격 심사, 공개추첨을 시행한다.
고용업체는 근로계약 체결과 숙소 제공, 멘토 지정, OJT를 책임지고 국민고용장려기금 분담으로 내국인 고용 보호에도 참여한다. 송입·송출업체는 현지 인력 모집과 서류 준비, 입국 전 교육을 맡으며, 사전 고지된 비용 외 추가 비용은 받을 수 없다.
연합회 "끝까지 책임 있게 지원"
연합회는 앞으로도 국가별 기량검증과 순차 입국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와 지역별 사업조합 담당자를 통해 근로자 처우와 애로사항을 상시 점검하고, 분기별 이행 현황을 국토교통부에 보고한다.
양승용 연합회 회장은 "이번 몽골 숙련원 1·2호 입국은 수년간 인력난을 호소해 온 자동차정비업계에 새로운 길을 연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 회장은 "법무부와 국토교통부, 현장의 정비사업자들과 함께 숙련인력이 한국 정비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 있게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