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2007년 도입 이후 20년 가까이 지역 대중교통의 근간을 유지해온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재정 건전성 확보와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대적 개편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부산 동구 부산역 앞 중앙대로에 시내버스가 오가고 있다.
교통복지의 일환으로 이용 수요가 적은 ‘정책 노선’의 안정적 운행을 통해 대중교통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운수종사자의 안정된 근무환경 조성을 통한 서비스 질 제고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지원금과 운영 효율성 저하, 미래 교통환경 변화 대응에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현행 준공영제의 주체별 역할과 책임 구조를 비교 진단하고 대안으로 공영제 도입의 실익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지역 대중교통 정책의 대전환이 예고된다.
31일 부산시에 따르면 7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부산시 대중교통 운영체계 전면 재검토 용역’을 발주하고 본격 진행하고 있다.
이번 용역은 2028년까지 준공영제의 한계(버스 면허 대수 총량 유지, 적자 심화 구조 등)를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도심 내 공영차고지 확충과 시내버스 감차의 실행 방안 마련 외에도 도시철도, 마을버스를 아우르는 교통망 전반의 작동 방식을 혁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 2차로 나눠 진행되는 과업의 세부 내용으로는 △도심 내 공영차고지 확충 △시내버스 권역별 대형 법인화 유도 및 경영 구조 고도화 △저수요 노선, 비첨두 시간대 소형버스 도입 △시내버스 감차 및 수요응답형 교통(DRT) 연계 △준공영제 구조 진단 및 공영제와 실익 비교 △마을버스 통합관리제 도입 등이다.
도심 내 공영차고지를 확충해 시내버스 노선의 기종점 역할과 회차 기능을 부여해 중복·과잉 운행을 줄여 노선의 효율성을 높이고 운영비도 절감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현재 시내버스 공영차고지는 대부분 시 외곽에 있어 승객을 태우지 않은 채 연료비를 길에 버리는 공차 운행을 하고 있다.
도심 터미널 형태의 도심 내 공영차고지는 범천동 차량기지창, 부전역 복합환승센터, 북항, 폐교 부지 등을 후보지로 삼아 공영차고지 신설의 경제적 타당성을 따진다.
시내버스 권역별 대형 법인화 유도 및 경영 구조 고도화 방안으로는 권역별 업체 간 인수·합병(M&A)을 유도해 보유 대수 200대 이상의 대형 법인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해 경영 효율성을 높인다.
현재 지역에는 33개 업체가 운영 중이다. 보유 대수 100대 미만의 중소 규모 업체들은 관리 인력과 정비 시설의 중복 투자가 발생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시의 분석이다.
이용 수요가 적은 저수요 노선이나 출퇴근 시간 외의 시간대, 대형버스가 다니기 어려운 산복도로와 골목길 등에는 11m급 대형버스 대신 7m급 소형 시내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소형전기버스는 대형전기버스보다 연료비가 약 40% 저렴해 고정비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현재 운송 수입이 낮은 109번(강서차고지~덕천역), 520번(강서차고지~법원 서부지청), 73번(정관~윗반송역) 등이 검토 대상 노선으로 거론된다.
시내버스 감차 및 DRT 연계 방안으로는 대중교통 운영 효율화를 위한 수요 감소 노선과 중복 노선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시내버스 감차 기준 및 단계적·실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한다. 교통카드, 버스정보, GIS(지리정보시스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별 중복도 및 과잉 공급 구간을 도출해 단계별 감차 로드맵을 수립하되, 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중교통 서비스 공백은 이용자의 수요에 따라 운행 경로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DRT를 대체 수단으로 투입해 시민 불편 최소화는 물론 재정 절감을 극대화한다.
공영제 도입은 준공영제와의 경제성, 공공성, 효율성 등 객관적인 실익을 비교 분석한 뒤 검토하겠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시가 버스 노선권과 차량·차고지 등 자산을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공영제 도입 검토를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공영제는 현재 운행 중인 시내버스 2517대를 직접 매입하는 데 드는 비용 등 초기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할 때 도입보다는 준공영제와의 실익을 분석하고 올해 3000억 원대 투입이 예상되는 준공영제 재정지원금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 마련에 우선을 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적자 노선 보전 책임을 놓고 시와 구·군 간의 공방으로 실질적인 노선 조정이 어려웠던 마을버스 운영체계도 다른 대중교통 수단과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면서 공공성 강화와 운영 효율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통합관리제 등 제도의 틀을 새롭게 설계한다. 이를 위해 수송 실적과 재정 구조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10년간 소요될 마을버스 재정 규모를 추산하고 시와 구·군의 합리적인 재원 분담 비율을 도출해 최적의 운영 모델을 만든다.
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이번 용역 결과는 향후 부산시 대중교통 혁신 방안 수립 시 기초 근거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며 “용역과는 별개로 올 하반기 중 부산역에서 광안리 등 관광지를 운행하는 급행버스급 노선을 신설해 관광객 편의를 증진하고 기존 노선 중 수송 수요가 몰리는 노선을 중심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윤영근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