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파업은 이틀 만에 끝났지만, 노사 갈등의 핵심이었던 통상임금과 체불임금 문제는 이번 조정에서 다뤄지지 않은 채 별도 절차로 남았다.
15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특별조정위원회 2차 사후조정 회의에서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가운데)과 김정환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오른쪽) 등 노사 관계자들이 조정안 수용 후 합의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14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사후조정에서 공익위원 조정안을 받아들이며 파업을 마무리했다. 조정안에는 임금 2.9% 인상과 정년 연장이 담겼다.
15일 첫차부터 전 노선이 정상 운행에 들어갔고, 지하철 연장 운행과 자치구 셔틀버스 등 비상수송대책도 평시로 되돌아갔다. 서울시는 사후조정 과정에서 노사 간 중재 역할을 맡았고, 조정안이 양측에 받아들여지면서 파업은 이틀 만에 철회됐다.
노조 측은 조정안 수용 배경을 솔직하게 밝혔다. 유재호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사무부처장은 1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파업이 하루 더 이어지면 시민 불편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부담이 컸다"며 "정년 등 다른 조건과 함께 묶인 조정안인 만큼 조합원들도 이 정도는 수용하자는 판단이 모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조정은 모든 쟁점을 아우른 것이 아니었다. 파업의 배경이 됐던 통상임금 문제는 처음부터 조정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퇴직금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단가로, 어떤 항목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과거 미지급분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협상 과정에서 사측이 거론한 '10% 인상'이라는 표현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렸다. 유 사무부처장은 "임금 인상 요구가 아니라 통상임금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누적된 미지급분을 사측이 환산해 설명한 수치"라며 "체불 문제를 임금 인상 요구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는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을 명확히 한 대법원 기준과 동아운수 사건 서울고법 항소심 판단을 근거로, 미지급분을 체불로 보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4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특별조정위원회 2차 사후조정 회의 도중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회의장을 나서자, 관계자들이 이를 만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체불임금 문제도 이번 조정에서 정리되지 않았다. 먼저 통상임금이 무엇인지부터 짚을 필요가 있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나 퇴직금을 계산할 때 쓰는 기준 단가다. 쉽게 말해 '각종 수당을 얼마로 계산할지 정하는 기준값'이다.
정기상여금처럼 매달 또는 일정 주기로 고정적으로 받는 돈이 이 기준값에 포함되느냐에 따라 수당과 퇴직금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노조는 회사가 이 기준값을 낮게 잡아 수당을 덜 줬다고 본다. 매달 조금씩 덜 받은 돈이 쌓인 게 체불이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이를 "앞으로 협상해서 정할 임금"이 아니라 "이미 받았어야 할 돈을 돌려받는 정산"으로 구분하며, 법원이나 노동당국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판결과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신중히 접근하고 있으며, 법조계 관계자들과 함께 법적 쟁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향후 대응 방향을 사법 판단과 노동당국 절차로 나눠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유 사무부처장은 "동아운수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고 그 판단이 기준이 될 것"이라며 "노동부 진정·고발 건은 검찰로 넘어간 만큼 기소 여부는 검찰 판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필요하면 미지급 임금에 대한 민사 청구도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노조는 앞서 2025년도 미지급 임금과 관련해 체불임금 원금과 연 20% 지연이자, 원금의 3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2월10일 이후 제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정으로 시내버스 운행은 정상화됐지만, 통상임금과 체불임금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노사 간 핵심 쟁점이 사법 절차와 노동당국 판단으로 넘어간 만큼, 갈등의 완전한 종결 여부는 대법원 판결과 검찰 판단, 추가 노사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달려 있게 됐다.
파업 이틀째인 14일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배차 간격이 늘어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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