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자율주행버스 도입 확대를 공식화한 가운데, 기술 목표로 제시된 ‘무인 운행’이 현행 법·운영 구조에서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둘러싼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버스공영차고지에서 버스 종사자들이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서울특별시는 자율주행버스 노선과 대수를 단계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실제 운행 현장에서는 운전석을 완전히 비우기 어려운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무인을 전제로 한 정책 메시지와 달리 운전 인력이 계속 필요한 현재 구조에서, 자율주행버스 확대가 버스 기사 고용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 1월 30일 ‘AI 서울 2026’ 콘퍼런스에서 도시 전역을 기술 실증 무대로 개방하는 ‘피지컬 AI 선도도시’ 비전을 발표하며 교통 분야에서도 자율주행 서비스 확대를 예고했다.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는 기존 노선에서 추가 노선으로 늘리고, 청계천 자율주행 셔틀과 자율주행 마을버스 등 도심 운행 사례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시는 자율주행 기술이 교통·물류·안전 등 도시 운영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운행 중인 자율주행버스는 심야·새벽 시간대나 상대적으로 교통 여건이 단순한 구간에 집중돼 있다. 도봉산∼영등포를 잇는 새벽동행 노선과 합정∼동대문을 순환하는 심야 노선이 대표적이다. 낮 시간대에는 동작·동대문·서대문구 일부 구간에서 자치구 단위 노선이 운영되지만, 정류장 수와 이동 수요가 제한적인 구간에 한정된다. 모든 노선에는 안전관리 인력이 탑승하고 입석은 금지돼 있다.
현장에서는 기술 문제보다 운영 구조의 제약이 먼저 언급된다. 서울시버스노조 관계자는 자율주행버스 한 대의 가격이 일반 시내버스의 3∼4배 수준인 데다, 고장 발생 시 수리비 부담도 크다고 설명했다. 심야나 마을버스 노선은 승객 수가 적고 교차로·차선 변경이 비교적 단순해 적용이 가능하지만, 낮 시간대의 장거리 시내버스 노선이나 출퇴근 혼잡 구간에서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울 2026’ 콘퍼런스에서 ‘피지컬 AI 선도도시, 서울’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행 법 체계상 자율주행버스에도 안전관리자 동승이 요구되는 구조와 관련해 그는 “사람이 함께 타야 하는 한 실제 운행에서는 기존 시내버스를 직접 운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인건비가 발생한다”며 “운전 행위가 자동화되더라도 인력이 계속 투입되는 구조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 때문에 자율주행버스 도입이 곧바로 비용 절감이나 인력 대체로 이어지기 어렵고, 버스 기사 다수가 중장년층이라는 점에서 자율주행 확산 논의가 자연스럽게 일자리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법령은 돌발 상황 대응을 이유로 자율주행버스에 안전관리자 탑승을 전제로 하고 있다.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 역시 명확히 구분돼야 하는 구조다.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더라도 실제 도로 환경에서는 교차로 대응, 혼잡 시간대 판단, 긴급 상황 처리 등에서 완전 무인 운행을 상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술 실증과 정규 교통 서비스 사이의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 배경이다.
서울시는 그럼에도 자율주행버스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새벽동행 노선 추가와 낮 시간대 자치구 노선 도입을 이어가고, 장기적으로는 도심 전반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운영 경험을 축적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시는 현재 단계가 실증과 안정화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단계적 확대를 통해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도입이 운전대를 잡아온 운수종사자들의 일자리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를 두고,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은 특정 연령이나 직종만의 문제가 아니라 운수업 전반의 고용 구조와 연결된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운수업 종사자 다수가 중장년층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자율주행 도입 논의는 자연스럽게 중장년 일자리 문제로 먼저 인식될 수밖에 없다”며 “단기간에 기존 인력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술 발전과 정책 추진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고용 구조 변화에 대한 논의와 준비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