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임금협상이 통상임금 판결 적용을 둘러싼 이견으로 장기 교착 국면에 들어섰다.
서울 도심 주요 도로의 버스전용차로를 따라 시내버스들이 운행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부산, 울산, 창원, 광주 등 지방 시내버스 노사의 임금 협상이 최근 잇따라 마무리됐지만, 서울은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협상이 표류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지난달 28일 새벽 최종 교섭이 결렬된 이후 파업 직전까지 갔다가, 이후 매주 한 차례씩 비정기 실무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협의는 기존 입장 차이만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전향적인 합의 도출로는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쟁점의 출발점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판결이다. 노조는 이 판결을 근거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임금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와 사측은 서울 버스의 임금 구조상 정기상여금 비중이 높아, 이를 전면 반영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고 보고 있다. 노조가 “대법원 판결을 따르라”고 요구하며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이유와, 시와 사측이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맞서는 이유가 여기서 갈린다.
서울시는 노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지난해 기준 시내버스 운전직 4호봉의 월급이 약 80만 원, 비율로는 약 15% 인상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시는 이미 시내버스 적자 보전을 위해 연간 약 5000억 원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이런 수준의 인건비 증가는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기상여금 비중이 높은 서울 버스의 구조상 판결을 전면 수용하면 임금 인상 폭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른 지역과의 차이는 임금 구조에서 드러난다. 부산, 울산, 창원 등은 정기상여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통상임금 산입에 따른 추가 부담이 제한적인 편이다. 이들 지역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방안을 사실상 수용하면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약 2주간 파업을 이어갔던 광주 시내버스 노조도 6월 20일 임금 3% 인상 등을 조건으로 임단협에 합의하고 파업을 철회했다. 광주는 이미 2015년부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임금 구조를 운영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와 사측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전면 산입보다는, 먼저 복잡한 임금 체계를 손보는 ‘임금 구조 개편’을 우선하자는 입장이다. 기본급·상여금·각종 수당으로 나뉜 현행 체계를 기본급과 수당 중심으로 단순화하되, 지난해 평균 임금 총액 약 6200만 원 수준은 유지하고 성과급 성격의 항목을 조정한 뒤, 그 다음 단계에서 임금 총인상률을 협상하자는 구상이다. 시와 사측은 이런 방식이 재정 충격을 완화하면서도 판결 취지를 단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절충안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사법부 판단이 나온 사안을 구조 개편 논의로 미루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임금 범위를 둘러싼 해석 문제가 아니라, 이미 법적 판단이 내려진 사안을 이행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은 파업 가능성을 완전히 걷어내지 못한 채 불안정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서울 시내버스 임금협상 교착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준공영제 구조와도 맞물려 있다. 서울의 버스 준공영제는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 적자를 지자체가 보전하는 구조인 만큼, 임금 체계 변화는 곧바로 시 재정 부담으로 연결된다. 노사 합의가 곧바로 세금 지출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시가 협상 테이블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주체가 되는 셈이다.
결국 서울 버스 임금협상은 통상임금 판결 이행이라는 법적 요구와, 준공영제 하에서의 재정 지속 가능성이라는 현실적 제약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에 서 있다. 노조와 사측, 그리고 서울시가 각자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협상의 장기화 여부와 파업 리스크, 나아가 준공영제 운영 방식에 대한 논의까지 함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