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고가차도 붕괴사고로 통제됐던 서울 도심 서소문로가 전면 개통하고, 안전을 앞세운 새 고가 건설이 곧바로 시작된다.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 현장에 남은 다리 철거 작업이 재개된 지난 6월1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건널목에서 작업자들이 기둥을 살피고 있다. (c)연합뉴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를 모두 마치고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공사 등 관계기관 합동점검을 거쳐, 11일 0시부터 서소문로 전 구간과 서소문건널목의 차량 통행을 재개한다고 10일 밝혔다. 통행이 풀리는 구간은 아리수본부 앞 삼거리부터 경찰청 앞 교차로까지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수습을 총괄해온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10일 오후 6시부로 해제했다. 잔여 교각 철거로 철도차량과 자동차, 보행자 통행 안전이 최종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붕괴사고 수습부터 통행 재개까지
이번 개통은 지난 5월 26일 발생한 서소문고가 붕괴사고 수습의 마지막 절차다. 철거 공사 중이던 고가 상판 일부가 무너지면서 감리단장과 현장소장 등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사고 구조물은 1966년 건설된 노후 고가로, 2019년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위권인 D등급 판정을 받았다. 사고 당일 새벽 절단 작업 도중 상판에 2.9㎝ 단차가 확인됐지만, 오후 안전점검이 진행되던 중 구조물이 주저앉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해 7월28일(월) 오전 중구 서소문고가차도 철거를 앞두고 현장을 방문해 주변 교통 흐름을 확인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국토교통부는 사고 직후 중수본을 꾸리고 관계기관 회의를 아홉 차례 열어 현장복구 계획을 세웠다. 긴급 복구를 거쳐 5월 30일 경의선 신촌~서울역 구간 열차 운행이 다시 시작됐다.
이후 붕괴 구간을 지탱하던 잔여 교각 3개는 상시 배치된 현장점검단의 관리 아래 순차 철거됐다. P7은 6월 21일, P9는 6월 29일, 마지막 P8은 7월 5일 제거를 마쳤다.
국토부는 중수본 해제 뒤에도 건널목 안전 관리를 강화한다. 건널목관리원을 기존 2~4명에서 4명 상시 배치로 늘리고, 열차에 위험 상황을 알리는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기로 했다.
하루 600회 열차 위로…입체교차 고가 새로 짓는다
철거로 비워진 자리에는 새 서소문고가가 들어선다. 고가 하부를 지나는 경의중앙선 등은 하루 600여 차례 열차가 오가는 구간으로, 서울시는 열차 운행 안전과 상습 정체 해소를 위해 입체교차시설 신설을 택했다.
신설되는 서소문 고가차도 예상 조감도. 서울시 제공.
새 고가는 8월 1일 공사에 들어가 2029년 3월 개통을 목표로 한다. 총 길이 570m(교량 335m·옹벽 235m)에 왕복 4차로 규모로, 최신 시공기술을 입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조성된다.
가장 큰 변화는 교각 수 감소다. 기둥과 기둥 사이 최대 경간장을 기존 28m에서 45m까지 넓히면서 교각은 18개에서 7개로 11개나 줄어든다. 교각 수를 대폭 줄임으로써 철도시설과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유지관리 효율성도 함께 높였다.
철도가 지나는 구간의 고가 하부 높이(형하고)도 6.9m에서 8.7m로 높아진다. 답답했던 다리 밑 공간이 트이면서 운전자 시야와 도심 개방감이 개선될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한다.
'지하철 2호선 위에 고가'…안전에 방점
이번 공사는 과거와 정반대 환경에서 진행된다. 예전에는 고가가 먼저 서 있고 그 아래로 지하철 2호선이 뚫렸지만, 이번에는 이미 운행 중인 2호선 노선 위에 고가를 새로 얹어야 한다.
신설되는 서소문 고가차도 예상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상판을 떠받치는 뼈대(거더)를 기존 콘크리트 방식 대신 강철판을 이어 붙인 '스틸 플레이트 거더'로 바꿨다. 무게가 가볍고 긴 경간에 유리해 교각을 줄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기초 공사에는 강철 관을 먼저 박아 벽체를 고정한 뒤 콘크리트를 채우는 '희생강관+현장타설말뚝(RCD)' 공법이 쓰인다. 지하철 터널과 새 고가 기둥이 가장 가까운 구간은 3.8m에 불과하다.
땅속 간섭을 피하기 위한 사전 작업도 촘촘하다.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와 정밀 측량으로 선로와 지하시설물 위치를 파악해 기둥 위치를 조정했고, 준공 43년이 지난 터널은 기둥을 세우기 전 내부 보강을 먼저 진행한다.
공사 중에는 균열측정계 등 6종의 자동화 계측기 76개를 터널 주요 지점에 설치해 구조물의 미세한 움직임을 실시간 감시한다. 이 계측은 공사가 끝난 뒤에도 6개월 이상 이어진다.
작업 여건도 녹록지 않다. 새 고가가 경의중앙선 위를 가로지르는 탓에 국가철도공단 규정에 따라 열차가 다니지 않는 심야, 오전 1시 30분부터 4시 30분 사이에만 공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시민 불편을 줄이려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보다 '완벽하게 안전한 개통'에 집중하기로 하고, 당초 2028년 3월이던 개통 시기를 2029년 3월로 1년 조정했다.
신설되는 서소문 고가차도 예상 조감도. 서울시 제공.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고가 철거 중 발생한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신설 공사 전 과정의 안전관리체계를 전면 강화했다"고 밝혔다.
임 본부장은 이어 "공사 기간 중 발생하는 불가피한 교통 불편에 대해 시민 여러분의 너른 양해를 부탁드리며, 시민들이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철저한 사전 협의와 강화된 안전 기준을 바탕으로 공사를 안전하게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관리관인 김태병 철도국장은 서울시, 코레일, 철도공단 등 관계기관에 "국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서소문 건널목 통행 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는 중수본 해제 이후에도 사고의 근본적 원인을 규명하고, 철도시설 인근 현장관리 강화 방안을 포함한 유사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올 하반기 중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