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퇴직자단체인 도성회가 자회사를 앞세워 수십 년간 고속도로 휴게소를 사실상 운영해온 구조에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설 연휴 기간을 앞둔 지난 2월13일 경부고속도로 내 휴게소를 찾아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장관 김윤덕)는 5월 7일 도성회와 한국도로공사를 대상으로 지난 1월부터 진행한 고속도로 휴게시설 운영 적정성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비영리법인 운영 실태와 도공-도성회 자회사 간 입찰·계약 과정의 특혜 여부를 종합 점검한 결과로, 국회와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의혹들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도성회는 1984년 2월 건설부 허가를 받아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지난해 말 기준 도공 퇴직자 약 2800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정관상 고속도로 건설기술 발전 기여 등 공익적 목적사업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40여 년간 회원 친목 활동에만 머무르며 퇴직자들의 이익집단 역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결과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도성회가 자회사를 매개로 영리사업에 깊숙이 관여해온 구조다. 도성회는 회원이 납부한 회비를 전액 예금으로 적립한 채 1986년 ㈜H&DE를 100% 출자로 설립했고, 이 H&DE가 다시 2018년 ㈜더웨이유통을 100% 출자해 만들었다. H&DE는 이 같은 우회 구조를 통해 고속도로 휴게시설 운영사업에 참여해왔다.
문제는 수익 분배 방식이다. 도성회는 H&DE로부터 최근 10년간 평균 8억8000만 원의 배당금을 받아 이 가운데 4억 원가량을 회원들에게 생일축하금 등의 명목으로 지급해왔다. 이는 이익 분배가 엄격히 금지된 비영리법인 제도의 근본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 국토부의 판단이다.
회원에게 분배된 수익금은 법인세 과세 대상 소득에 포함시켜 신고해야 하지만, 도성회는 이를 비영리법인의 고유목적사업 지출로 처리해 매년 4억여 원 상당을 과세 대상에서 누락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비영리법인의 외형과 영리법인의 실질이 얽혀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H&DE 대표이사 등 임원 4명이 모두 도성회 회원으로 구성됐고, 도성회 사무총장은 H&DE 비상임이사·고문 등을 겸직하면서 연 4000만 원 상당의 급여를 수령해왔다. 단독 주주인 도성회가 H&DE 수익금을 자신에게 셀프 배당하고 휴게시설 운영 관련 주요 의사결정을 모두 좌우해온 셈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교통일보 자료사진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함)
도로공사 쪽에서도 부실 관리와 특혜 정황이 다수 적발됐다. 도공은 올해 5월 창원방향 선산휴게소 등 노후 휴게시설 4곳을 민간이 최소 45억 원을 투자해 리모델링하는 대신 15년간 운영권을 갖는 혼합민자방식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동일 휴게시설 내 휴게소와 주유소 운영사가 다를 경우 운영주체를 일원화하는 방안이 함께 추진됐다.
종전까지 도공은 휴게시설 임대 운영권 입찰에서 동일 기업집단을 하나로 보고 계열사 가운데 1개사만 입찰에 참여하도록 하는 내부방침을 적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일원화 과정에서는 같은 기업집단 내 계열사를 별개 기업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방침을 돌연 바꿨고, 그 결과 도성회 기업집단에 주유소 운영권을 수의계약으로 추가 부여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도공이 공기업 계약사무규칙에 따른 재정경제부 장관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휴게소 운영권 입찰 관련 정보가 도성회 측으로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함께 드러났다. 사업 타당성 연구용역 진행 상황과 입찰 일정·가격 정보 등이 사전에 흘러나간 의혹이 제기된다.
시범사업 시행자 선정 이후 관리도 허술했다. 도공은 지난해 8월 선산(창원)휴게소 사업시행자로 H&DE를, 선산(양평)에는 대보DNS, 횡성(인천)에는 대주산업, 서산(목포)에는 대교를 각각 선정했다. 투자 제안금액은 72억 원에서 56억 원 사이로 제시됐다.
그러나 사업시행자가 부담해야 할 공사비 등 투자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휴게시설 리모델링 공사가 임의로 착공·시공되고 있는데도, 도공은 공사비 검토나 공사 진행 관리 등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사례에서도 H&DE에 대한 특혜 정황이 포착됐다. 도공은 2015년 10월 서창방향 문막휴게소를 직영방식으로 전환하면서 H&DE에 휴게소 내 편의점 등을 입찰 절차 없이 2015년 12월부터 2022년 5월까지 6년 6개월간 임시 운영하게 했다. 휴게소 입점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H&DE가 사실상 우선권을 누려온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는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양 기관에 대해 강도 높은 후속 조치에 들어간다. 도성회에 대해서는 자회사를 통한 휴게시설 운영사업 참여와 회원 수익 분배 등 비영리법인 본질에 반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정관 개정 등 시정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회원 수익 분배 과정에서 발생한 탈세 의혹에 대해서는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도공에 대해서는 혼합민자 시범사업과 관련해 재정경제부 승인과 투자금액 확정 등 절차를 갖춘 뒤 사업을 추진하도록 시정을 요구하고, 임의 시공을 방치하는 등 사업관리를 부실하게 한 관련자에 대한 징계도 요구했다. 도공과 도성회 자회사 간 휴게소 운영권 부여 과정에서 드러난 수의 특혜계약과 입찰정보 유출 등 비위 의혹은 수사기관에 의뢰할 예정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감사결과는 도공과 그 퇴직자, 휴게소 운영사 간에 수 십년간 고착화된 카르텔을 일소하고 고속도로 휴게소를 국민들께 돌려드리기 위한 첫 걸음으로, 휴게시설 운영구조 개혁 작업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와 별도로 최근 언론을 통해 불거진 휴게소 내 납품대금 미지급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전수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또한 이번 감사의 후속 조치로 도공의 휴게소 운영사 관리실태에 대한 추가 감사도 진행 중이어서, 휴게시설 운영구조 전반에 걸친 후속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