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버스에 센서를 덧붙이는 소규모 실증으로는 대량 도입에 한계가 있자, 서울시가 현대차·버스업계와 손잡고 자율주행 전용 시내버스 500대 도입을 추진한다.
박민우 현대자동차 사장(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김정환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이 1일 서울시청에서 레벨4 자율주행 시내버스 상용화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서울시는 1일 시청에서 현대자동차,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버스조합)과 '레벨4 자율주행 시내버스 상용화 및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협약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민우 현대차 사장, 김정환 버스조합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협약 기간은 3년이다.
레벨4는 정해진 구간과 조건 안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고, 비상 상황에도 시스템이 대응하는 자율주행 단계다.
시는 새벽 노동자의 출근을 돕는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와 자율주행 택시를 운영하며 실제 도로에서 기술을 검증해 왔다. 하지만 기존 양산 차량에 센서를 추가로 다는 개조 방식으로는 대량 도입이 어렵다. 실증 노선을 정규 시내버스로 넓히려면 안정적인 차량 공급과 함께 배차·정비·충전·안전관리까지 이어지는 운영 체계도 갖춰야 한다.
시내버스 업계가 안고 있는 과제도 배경이다. 서울 시내버스는 통상임금 문제로 인한 재정 부담과 운전자 고령화를 함께 겪고 있다. 시는 자율주행버스를 운영비 증가와 인력 문제에 대비하는 수단으로도 보고 있다.
도입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2027~2028년 전용버스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시민 대상 서비스 실증을 거친다. 이 기간 자율주행자동차 성능인증 등 상용화 절차도 밟는다. 2029년부터 운행 체계를 갖춰 도입을 시작하고, 2030년까지 노후 버스 교체(대폐차)와 연계해 모두 500대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세 기관은 도입 전 과정을 단계별로 나눠 맡는다. 서울시는 실증과 정규 운행을 위한 정책을 세우고, 노후 버스를 자율주행버스로 바꾸는 전환 방안을 마련한다. 상용화에 필요한 제도 개선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에 건의한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에 맞춘 11m 전용버스를 개발·제작해 공급하고 유지관리를 지원한다. 조향·제동·문 개폐·공조를 전자 신호로 제어하도록 설계하고, 핵심 부품 이중화와 사이버 보안도 갖춘다. 차량마다 대규모 개조를 하지 않고도 국내 자율주행 기업이 AI 소프트웨어를 얹을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전용차량의 표준화·제작 가이드라인 자료도 공개한다.
버스조합은 소속 운수사가 기존 시내버스를 자율주행버스로 전환하도록 돕는다. 시험운전자와 관제요원, 차고지와 충전시설 확보에 협력하고, 관제·운영 방안 수립에도 참여한다. 세 기관은 여러 차량의 운행 상황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관제 체계도 함께 만든다.
운행 데이터는 표준화해 공유한다. 지금까지는 차량마다 센서 종류와 사양, 설치 위치가 달라 데이터를 대량으로 모으거나 여러 기업이 함께 쓰기 어려웠다. 시는 라이다·영상 센서의 구성과 설치 기준을 통일하고, 주행 중 마주친 예외 상황과 실제 운행 데이터를 쌓아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기업·연구기관·대학이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은 자율주행이 도로와 주차장, 건축과 공간구조까지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자율주행은 도시의 공간과 산업, 일자리와 시민의 삶의 방식까지 바꾸는 '도시 패러다임의 전면적인 전환'인 만큼, 서울시가 가장먼저 도시의 미래를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