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부정승차가 3년 연속 연평균 5만 3천 건을 웃돌며 연간 25억 원이 넘는 부가금이 징수되자, 서울교통공사가 민형사 법적 대응과 첨단 단속 기술을 총동원한 무관용 원칙을 선언했다.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교통일보 자료사진)
서울교통공사가 27일 공개한 단속 통계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서울 지하철에서 적발된 부정승차는 연평균 5만 3천 건을 상회했으며, 이에 따른 부가금 징수액도 연평균 25억 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1분기에만 8,812건이 적발돼 4억 6,200만 원의 부가금이 부과됐다. 하루 평균 100건에 육박하는 부정 통과가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수법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지난해 독립문역에서는 A씨가 개집표기를 수동으로 조작해 총 33회 무단 통과했다가 CCTV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던 역 직원에게 덜미를 잡혀 153만 원의 부가금을 납부했다. 올해 역삼역에서는 20대 남성 B씨가 조모의 경로 우대용 카드를 상습 사용하다 적발돼 300만 원을 부가금으로 냈다. 한두 번의 이탈이 아닌, 장기간 반복 이용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부정승차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승차권 없이 무단 통과하는 무표미신고, 우대용 교통카드 부정 사용, 할인권 부정 이용이다. 이 중 가족이나 지인의 우대용 카드를 빌려 타는 우대카드 부정 사용이 전체의 약 80%를 차지한다. 3년 누계 기준으로 전체 16만 8,730건 중 13만 7,323건이 우대카드 부정 사용에 해당하며, 징수 금액으로는 약 66억 7,400만 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기후동행카드 부정 사용도 새로운 유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역무원이 지켜보는 상황에서도 카드를 찍는 척 손목을 가볍게 흔들고 그냥 통과하는 이른바 '찍는 척 통과'가 20~30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기후동행카드 청년권 돌려쓰기도 대표적인 부정 사례다. 공사가 기동카 본격 단속에 나선 지난해 한 해 동안 5,899건이 적발됐고 약 2억 9,400만 원의 부가금이 징수됐다. 이에 공사는 개집표기에 보라색 표시와 "청년 할인" 음성 안내를 도입해 역무원이 즉각 식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단속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역무원이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빅데이터 기반 이상 패턴 탐지와 스마트스테이션 CCTV 실시간 모니터링이 부정승차자 추적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30대 남성 김모 씨가 2021년 1월부터 3개월여간 67세 부친 명의 우대용 카드를 약 186회 사용한 사실이 밝혀진 것도 전산 승하차 데이터와 CCTV 영상의 교차 분석을 통해서였다. 역 직원이 카드 사용자의 연령대와 CCTV 속 인물이 다르다는 점을 포착해 부정 승차자로 특정, 778만 원의 부가운임을 청구했다.
부정승차 단속 현황 (서울교통공사)
부가금을 내지 않으면 법적 절차가 기다린다. 공사는 부가금 미납자에게 형법 제347조의2(컴퓨터 등 사용사기죄)와 형법 제348조의2(편의시설부정이용죄)를 적용해 형사 고소를 진행하는 한편, 민사소송과 강제집행을 병행해 끝까지 징수한다.
앞서 김모 씨가 778만 원 납부를 거부하자 공사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부터 원금과 지연이자 지급 판결을 받아냈고, 현재 매달 45여만 원씩 분할 상환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한 해에만 공사가 진행한 민사소송은 17건, 강제집행은 40건에 달한다. 부정승차 이력이 있는 경우 과거 사용분까지 소급해 징수하는 원칙도 그대로 유지된다.
이 같은 강력 대응의 배경에는 부정승차가 개인의 일탈을 넘어 공공재 질서 전체를 흔드는 행위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루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부정승차가 묵인될 경우, 성실히 요금을 내는 다수의 시민이 역차별을 받게 되고 공사의 재정 손실로 이어져 서비스 투자 여력마저 잠식된다는 논리다.
지난 24일에는 수도권 13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부정승차 TF 회의를 열고 홍대입구역 등 6개 역에서 합동 예방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개별 기관의 단속을 넘어 광역 공조 체계로 포위망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마해근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은 "지하철은 하루 수백만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재로 공정한 이용 질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부정승차는 공정한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명백한 범죄 행위인 만큼 지속적인 홍보와 캠페인, 강력한 단속을 통해 올바른 지하철 이용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의 단속망이 아무리 촘촘해져도 구조적 원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한계는 분명하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올해 3월 발표한 '6개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5년까지 9년간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무임승차 누적 손실은 5조 3,652억 원에 달한다. 2025년 한 해에만 7,779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서울이 4,488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2024년 기준 무임승차 손실이 당기순손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국 평균 58.2%에 이른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손종필 수석연구위원은 "무임승차 손실을 재정적으로 보전하는 것과 별개로, 적용 연령이나 이용 시간대 등 제도 전반을 사회 변화에 맞게 조정하는 논의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무관용 원칙의 칼날이 실효를 거두려면, 단속의 강도만큼이나 제도 개혁의 속도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