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각역 인근 택시 돌진 사고를 계기로 택시기사 고령화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일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발생한 택시 돌진 사고 현장. (사진=연합뉴스)지난 2일 오후 6시 5분께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70대 후반 개인택시 기사가 몰던 차량이 돌진해 1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사고 원인은 수사 중이지만 고령 운전자가 가해 차량 운전자였다는 점에서 택시기사 연령 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운수종사자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10월 말 기준 개인택시 기사 16만4천여 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55.4%다. 60세 이상으로 확대하면 76.2%에 이른다. 30세 미만은 0.04%, 30대는 0.71%에 불과하다. 택시 산업이 사실상 고령층 중심 구조로 재편된 상태다.
택시기사 고령화가 본격화됐지만 이를 전제로 한 안전 관리 체계는 아직 충분히 정교하다고 보기 어렵다. 현행 제도는 일정 연령 이상 운전자에 대해 적성검사와 면허 갱신 주기를 단축하는 방식으로 관리한다. 이는 일반 운전자 기준에 맞춘 관리 체계로, 직업 운전자의 장시간 운행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시는 하루 10시간 이상 운행하는 경우가 많고, 승객 응대와 돌발 상황 대응이 반복되는 직종이다. 그러나 체력 저하나 인지 기능 변화를 운행 환경과 연계해 점검하는 별도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고령 기사 비중이 빠르게 높아졌음에도 정기적인 인지 능력 평가나 맞춤형 재교육 프로그램은 의무화돼 있지 않다.
고령화와 인력난이 겹치며 산업 취약성도 드러난다. 개인택시는 정년이 없고 자영업 형태로 운영돼 운행 시간과 방식이 자율적이다. 유연성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고령 운전 증가에 대응한 체계적 안전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법인택시는 관리 체계가 있으나 인력 부족으로 근무 강도가 높다.
법인택시 역시 고령화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기사 7만3천여 명 중 60세 이상이 60%를 넘는다. 동시에 인력 부족이라는 부담도 안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10만 명을 웃돌던 기사 수는 7만 명대 초반으로 줄었고 회복되지 못했다. 현재 전국 법인택시 가동률은 30~40% 수준이다. 등록 차량 10대 중 6~7대는 운전할 기사가 없어 차고지에 서 있다.
젊은 기사 유입이 줄어든 배경에는 수익 구조가 있다. 법인택시 기사 월평균 수입은 300만원 미만으로 알려졌고 개인택시는 서울 기준 400만원대 수준이다. 반면 택배기사 월평균 수입은 500만원을 웃돈다는 조사도 있다. 노동 강도에 비해 보상이 낮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청년층 진입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요금 체계도 논쟁 대상이다. 2025년 기준 한국의 택시 1㎞ 요금은 0.63달러로 103개국 중 84위에 머물렀다. 업계는 낮은 요금이 수익성 악화와 인력난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요금 인상은 물가 부담과 직결돼 정책 판단이 쉽지 않다.
개인택시면허 구조 역시 고령화를 고착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개인택시면허 시세는 1억원을 웃돈다. 신규 발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면허는 자산으로 인식된다. 정년이 없고 일정 소득을 기대할 수 있어 은퇴 고령층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평균 연령이 자연스럽게 낮아지기 어려운 구조다.
정부는 75세 이상 개인택시 면허 취득 제한을 검토했지만 인력난과 재산권 침해 논란 속에 구체화되지 못했다. 노동시장 전반의 고령화 속에서 택시 산업만 별도로 떼어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종각역 사고는 단일 사건이지만 그 배경에는 인력 구조와 요금 체계, 면허 제도, 노동시장 변화가 얽혀 있다. 노동시장 전반의 고령화 속에서 택시 산업만 별도로 떼어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오는 만큼, 고령 기사 개인의 책임으로 환원하기보다 산업 구조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전과 생계, 공공요금 규제라는 세 과제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택시 산업 재편 논의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