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택시 상용화 논의가 빠르게 달아오르면서 기존 택시 산업과의 충돌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운행 중인 바이두의 자율주행 택시 '로보택시'. (연합인포맥스)
중국에서는 갈등이 이미 현실로 불거졌다. 바이두의 로보택시 '아폴로 고(Apollo Go)'가 우한을 비롯한 주요 도시로 서비스를 확장하자 기존 택시와 호출차 운전자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현지 택시 회사들이 당국에 로보택시 운행 제한을 요청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중국의 택시·호출차 운전자 규모는 700만~8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로보택시가 일반 요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운행되는 구조에서 가격 경쟁은 불가피하고, 청년 실업률이 2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 규모의 종사자가 소득 타격을 받으면 사회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도 관심과 경계가 뒤섞인 반응이 감지된다. 서울에서 10년 넘게 개인택시를 운행하고 있다는 박모씨(58)는 "신문이나 뉴스에서 자율주행 택시 이야기를 많이 접하지만 아직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크지 않다"며 "낮 시간대 서울에서 인천공항까지 자율주행 택시가 실제로 손님을 태우고 운행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는 기사들도 변화를 실감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면허 제도 변화에 대한 불안도 깔려 있다. 서울에서 20년째 택시 핸들을 잡고 있다는 심모씨(62)는 "서울 개인택시 면허는 개인 자산처럼 높은 가격에 형성돼 있는데 자율주행 택시가 도입되면 면허 체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며 "새로운 자율주행 면허가 따로 생기는 것인지, 기존 개인택시 면허 보유자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는 것인지 같은 제도 문제도 중요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면허가 수천만 원대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산 구조인 만큼, 자율주행택시 도입은 면허 시장과 운수업 생태계 전반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술 기업 쪽에서는 택시 업계와의 접점을 조심스럽게 넓혀가고 있다. 자율주행기업 SWM 개발팀 관계자는 "최근 여러 택시 단체들과 자율주행 서비스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의견이 오가고 있다"며 "현재는 법과 제도에 막혀 있는 부분들이 있지만 이런 규제 문제가 정리된다면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 자체는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해 있는 상황"이라며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머지않아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택시가 보편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택시 단체도 흐름을 외면하지는 않는다. 민장홍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기획팀장은 "자율주행 기술이 교통 산업의 중요한 흐름이라는 점은 업계에서도 인식하고 있어 관련 스타트업이나 정부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도 종종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과 제도는 업계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개인택시는 개인사업자 구조이기 때문에 자율주행 전환 문제를 당장 논의하기는 쉽지 않다"며 "향후 기술 발전에 맞춰 개인택시 종사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산업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갈등이 보여주듯 기술이 앞서가더라도 사회적 합의가 따라붙지 못하면 산업 확산의 발목이 잡힌다. 일자리와 면허 제도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는 로보택시 시대를 앞두고 한국도 피할 수 없는 정책 과제가 됐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