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요금 전면 무료화를 도입한 기초지자체가 늘면서 이른바 ‘무상버스’가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요금 부담은 줄었지만, 운영비를 지방재정으로 떠안는 구조를 둘러싼 논쟁도 함께 커지고 있다.
경남 의령군이 버스 공영제 시행을 위해 지난달 24일 민간 운수업체 2곳과 농어촌버스 노선권과 터미널 등 자산에 대한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의령군)버스요금 전면 무료화 정책을 도입한 기초지자체는 2023년 1월 경북 청송군이 처음 시작한 이후 3년 만에 18곳으로 늘었다. 새해부터는 경남 의령군과 전남 곡성군, 경북 영양군이 새롭게 무상버스를 운행한다. 현재 무상버스를 시행 중인 지자체는 경북·강원·전남·경남·충북 등으로 확산된 상태다.
다만 요금 수입이 사라지는 만큼 운영비 전액을 지방재정으로 충당해야 하는 구조여서, 정책 효과와 함께 재정 부담의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는 제도 확산 과정에서 피하기 어려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상버스 확산의 배경에는 농어촌 지역의 만성적인 교통 적자 구조가 있다. 인구밀도가 낮아 지자체 지원 없이는 버스 운행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결손 보전 예산에 일정 수준의 추가 부담만 더하면 요금 무료화까지 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실제로 농어촌 지역은 이미 매년 수십억 원의 결손 지원금을 버스회사에 지급하고 있어, 일부 지자체에서는 “어차피 세금으로 운영하는 구조라면 요금 부담을 없애 이동권을 넓히는 것이 정책 효과가 더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흐름 속에서 무상버스를 도입하거나 도입을 앞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이 가운데 경남 의령군은 지역 내 농어촌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버스 공영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민간 운수업체 2곳과 노선권과 터미널 등 자산에 대한 양수·양도 계약을 체결했다.
1~2월 협업 운영을 거쳐 3월부터 본격적인 공영제 전환에 들어갈 계획이며, 버스기사 19명과 관리직 4명 등 23명을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해 직접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국에서 버스 공영제를 시행 중인 곳은 강원 정선·양구군, 전남 신안군 등이며, 경남에서는 의령군이 처음이다.
전남 곡성군도 곡성교통과 협약을 맺고 1월 1일부터 군내버스 전 노선을 무료화한다. 곡성군은 그동안 ‘1000원 버스’를 운영해 왔지만, 새해부터는 주민과 관광객 모두 교통카드나 현금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전면 무상화로 전환한다. 경북 영양군 역시 오는 5일부터 기존 70세 이상에 한정했던 농어촌버스 무료 정책을 전 연령대로 확대한다. 영양군에 주소를 둔 주민은 무임교통카드를 발급받아 관내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영양군의 전면 무상버스 도입으로 경북에서는 22개 시·군 가운데 7곳이 무상버스를 운행하게 됐다. 경북 전체 인구 253만 명 가운데 약 43만8000명, 전체의 17%가량이 무상버스 혜택을 받게 된다. 현재 무상버스를 시행 중인 지자체는 경북 영양·청송·봉화·문경·상주·의성·울진, 강원 양구·정선, 경남 의령·산청, 전남 곡성·영암·완도·진도, 충북 음성·진천·보은 등이다.
무상버스를 도입한 지자체들은 대체로 정책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주민 이동이 늘면서 병원·시장·관공서 접근성이 개선됐고, 고령층의 외출 부담도 줄었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지방소멸 위기 대응과 교통복지 강화, 지역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충북 괴산군 등 일부 지자체들도 무상버스 도입을 검토하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정 구조를 둘러싼 부담 논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의령군의 경우 현재 연간 버스회사 지원비로 약 25억원을 투입하고 있는데, 공영제로 전환해 무상버스를 운영하더라도 추가 소요 예산은 약 5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결손 보전 구조 안에서 흡수 가능하다는 판단이지만, 인건비와 차량 유지비, 연료비 상승이 겹칠 경우 지자체 재정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책이 더 확산될 경우, 기초지자체만으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와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상버스는 농어촌 지역의 교통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를 둘러싼 과제도 함께 커지고 있다. 교통복지 확대라는 목표와 지방재정의 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무상버스 정책이 어떤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향후 확산의 관건으로 남아 있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