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무임손실 국비 지원 법제화를 요구하는 국민동의 청원이 5만 명을 넘어 국회 심사 요건을 충족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재정 부담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하철 무임손실 국비 지원 청원 5만 달성을 목표로 궤도협의회가 커피차를 마련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는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과 함께 추진한 ‘지하철 무임손실 국비 지원’ 국민 청원이 24일 16시 기준 5만 181명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청원은 지난달 27일 시작돼 종료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국회 심사 기준을 넘겼다. 청원에는 서울교통공사, 부산교통공사, 대구교통공사, 인천교통공사, 광주교통공사, 대전교통공사가 참여했다.
운영기관들은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무임수송 인원이 급증하고 있으며, “국민 5명 중 1명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는 현실에서 재정 부담이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무임손실이 무임수송 제도 도입의 정책 결정에서 기인한 만큼, 운영기관의 재정 악화가 시민 이동권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국비 지원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원 달성을 위해 6개 기관은 역 현수막, 홈페이지 안내, 온·오프라인 인증 이벤트 등을 진행했다. 특히 6개 도시철도 노조의 연합체인 궤도협의회는 자체 예산으로 왕십리역과 덕수궁 돌담길 등 5개소에서 커피 3천여 잔을 나누는 시민 홍보 행사를 펼쳤다.
청원이 국회 기준을 충족함에 따라 조만간 해당 안건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현재 국회에는 도시철도법 개정안(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4인), 노인복지법·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헌승 국민의힘 의원 등 12인) 등 총 4건이 계류되어 있다. 2004년 17대 국회 이후 20년 동안 여러 차례 관련 법 개정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상황도 다시 주목된다.
정부의 국비 지원 선례도 존재한다. 행정기관이었던 철도청이 2005년 공기업 코레일로 전환될 당시, 벽지 노선과 무임수송 손실을 국가가 보전할 수 있도록 「철도산업기본법」이 개정됐고, 이에 따라 최근 7년간 코레일은 총 1조 2천억 원가량의 국비 보전을 받았다.
한영희 서울교통공사 기획본부장(사장 직무대행)은 “노인복지법 등 정부 정책으로 도입된 무임 수송의 혜택은 국가에 귀속되고 있다”며 “국회와 정부가 이번 청원에 담긴 국민의 요구를 경청해 법 개정을 논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하철 무임수송 인구가 꾸준히 증가해 재정 부담이 누적되는 구조적 문제는 이미 통계로 확인되는 만큼, 국회는 제도 개선 논의를 통해 비용 부담 주체와 지원 구조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개정안의 통과 여부는 여야 이견과 재정 분담 논의에 달려 있어, 향후 국회 검토 과정에서 제도적 대안이 어떤 형태로 조정될지는 현 단계에서 단정하기 어렵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