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버스노조와 사측이 극적인 협상 타결로 전면 파업을 철회했지만, 임금 격차 해소와 재정 지속성 문제는 여전히 뇌관으로 남았다. 2023년 파업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준공영제 도입 시기와 예산 문제가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드러나면서, 이번 합의가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30일 경기 수원시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경기도버스노조협의회와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의 최종 조정 회의에서 김기성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왼쪽)과 이기천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 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경기도 전역을 멈춰 세울 뻔한 버스 파업은 막판 협상 타결로 가까스로 피했다. 경기도버스노동조합협의회와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은 14시간에 걸친 조정 끝에 10월 1일 임금 협약안을 극적으로 수용했다.
노조 소속 1만9천여 명은 전체 경기지역 버스기사의 90%를 차지하는 만큼, 파업이 현실화됐다면 도민의 출퇴근길은 사실상 마비될 상황이었다.
노사 합의는 준공영제와 민영제 노선의 임금 차이를 줄이는 데 방점이 찍혔다. 준공영제 노선은 임금 8.5% 인상, 민영제 노선은 월 40만 원을 올리기로 했으며, 2027년부터는 민영제 노선도 준공영제와 동일한 임금과 근무체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노조가 가장 강조한 ‘민영제 기사 처우 개선’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러나 합의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서울버스와의 임금 격차를 어떻게 줄일지 계산 방식에서 노사 의견이 달라, 최종 타결 직전까지 결렬 위기를 맞았다.
이번 사태는 낯설지 않다. 2023년에도 경기도는 버스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협의회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7.4%의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도내 전체 버스 1만여 대 중 93%가 멈출 뻔했으며, 그 원인 역시 준공영제 전면 도입 시기의 번복이었다.
김동연 지사가 임기 내 준공영제 전 노선 확대를 약속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시행 시점을 2027년으로 미루면서 노조가 반발했다. 결국 파업은 막았지만, 갈등의 씨앗은 고스란히 남았다.
이번 합의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드러났다. 경기도는 민영제 기사 처우 개선 약속을 2027년으로 못박았지만, 당시와 마찬가지로 재정 부담에 대한 구체적 대책은 부족하다.
1일 오전, 최종 조정회의에서 임금협상을 타결한 노사 양측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준공영제는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도가 재정을 지원하는 구조로, 이미 2024년 기준 연간 지원금이 1조 원을 넘어선다. 민영제까지 같은 조건으로 전환하면 수천억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재정 확보 방안은 “국비 협력과 기금 활용”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또 다른 뇌관은 서울과의 임금 격차 문제다. 노사는 2026년까지 서울버스와 동일 임금에 도달하기로 2023년에 합의했지만, 통상임금 산정 기준 차이로 매년 격차 산출액이 달라졌다. 이번 협상에서도 약 20만 원의 차이를 두고 팽팽히 맞섰다. 서울과 경기의 제도 차이가 명확히 조정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임금 합의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일부 광역버스 업체의 이탈도 숙제로 남았다. 김포운수·선진버스 등 대광위 소속 4개 업체는 자체 재정 상황 때문에 8.5% 인상안을 수용하지 못했다. 파업은 철회했지만 법적 공방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는 경기도 전체 교통망 안정성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와 경기도는 이번 합의를 성과로 내세우지만, 전문가들은 구조적 해법 없이는 갈등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울과 경기의 임금 격차 해소는 중앙정부의 국비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많다. 또한 표준운송원가 체계를 현실화하고, 근무시간 단축과 인력 충원 등 근본적 노동환경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2027년 통합 약속’은 공허한 선언에 그칠 수 있다.
김동연 지사는 합의 직후 “약속한 내용을 지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2023년에도 같은 약속을 했던 전례가 있다.
경기도 버스 합의는 당장의 파업 위기를 넘기는 데 성공했지만, 준공영제와 민영제 이원화 구조, 임금 격차, 재정 지속성이라는 오래된 뇌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 이번 합의가 진정한 해법인지, 아니면 또 다른 위기의 유예일 뿐인지는 앞으로 2년간의 이행 과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