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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보전’에서 ‘선별 지원’으로…성남형 준공영제가 바꾼 것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5-09-03 17: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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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익 노선은 민간, 적자·소외 노선만 공공 지원
  • 연 1500억 → 600억…구조 전환으로 재정 압박 낮춰
  • 광역·시내·마을버스 유형별 분리 운영, 비용 대비 효과 따져

모든 노선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던 기존 준공영제와 달리, 성남시는 수익 노선은 민간에 맡기고 적자·소외 노선만 선별 지원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꿨다. 성남시가 “연간 900억 원 절감”을 내세운 이 모델의 핵심은, 지원 규모가 아니라 지원의 범위를 재설계한 데 있다.


성남형 버스 준공영제 운영 구조를 설명한 자료. 광역·시내·마을버스를 유형별로 나눠 선별 지원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자료=성남시)

성남형 버스 준공영제의 출발점은 “어디까지 공공이 책임질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기존 방식은 노선의 수익성과 무관하게 재정을 일괄 투입하는 구조였다. 성남시는 이를 바꿔, 수익이 나는 노선은 민간 운영을 유지하고 교통 소외지역이나 구조적 적자 노선에만 공공 지원을 붙이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전면 보전에서 선별 지원으로의 이동이 제도 설계의 핵심이다.


이 변화는 ‘지출을 줄였다’기보다 ‘지출의 기준을 바꿨다’는 데 의미가 있다. 모든 노선을 같은 기준으로 보전하던 방식에서는 수요와 비용 구조의 차이가 정책에 반영되기 어려웠다. 성남시는 노선 유형과 재정 필요도를 구분해 지원 대상을 좁히는 대신, 공공 개입이 필요한 구간에는 집중하는 구조로 설계를 바꿨다.


이 방식은 재정을 ‘노선 유지 비용’으로 일괄 처리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공공 개입의 필요성을 노선별로 다시 나눈 데서 차이가 드러난다. 수익성과 이용 수요가 안정적인 구간은 시장에 맡기고, 공공성이 요구되는 구간만 재정으로 받치는 구조다. 지원의 총액을 줄이기보다, 지원이 작동하는 지점을 재설계하는 데 방점을 찍은 셈이다.


재정 효과는 이 구조 변화에서 나왔다. 성남시에 따르면 기존 방식은 연간 1500억 원 이상이 소요됐지만, 선별 지원 체계로 전환하면서 연간 약 600억 원 규모로 운영이 가능해졌다. 시는 이 차이를 근거로 매년 900억 원가량의 예산 절감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비용을 줄인 방식이 ‘운영 축소’가 아니라 ‘지원 기준의 재설정’이라는 점이 강조되는 이유다.


광역버스는 중앙 재정과의 역할 분담을 통해 비용 구조를 낮췄다. 성남시는 광역버스 27개 노선 295대를 국비와 도비를 확보해 운영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5개 노선 162대는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직접 관리하는 국가사무로 이관돼 국비 50% 지원을 받는다. 이에 따라 시비 부담률은 70%에서 35%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혼잡 완화 수단도 비용 대비 효과를 기준으로 설계됐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전세버스 48대와 프리미엄 우등버스 21대를 주요 거점에 투입하고 있다. 전세버스 1대당 연간 비용은 6200만 원으로, 일반 광역버스(1억7400만 원)보다 약 64% 낮다. 같은 수요 대응을 더 낮은 단가로 처리하는 구조를 택한 셈이다.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는 ‘지원 대상 선별’이 더 분명하다. 시내버스는 46개 노선 623대 가운데 수익률 80% 이하인 적자 노선 35개, 371대에만 지원한다. 대상은 교통 소외지역, 심야·새벽 시간대, 신규 개발지, 도시재생 지역, 근로자 밀집지역 등 이용 불편이 큰 구간으로 한정됐다. 마을버스 역시 44개 노선 276대를 매년 평가해 수익성이 낮은 19개 노선 88대에만 손실을 보전한다. 이 가운데 주민 생활에 꼭 필요한 9개 노선 51대는 100% 전액 지원해, 수요가 적더라도 기본 교통권은 유지하도록 했다.


운영 구조 변화는 인력 운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운수종사자 근무 형태를 격일제에서 1일 2교대제로 바꾸면서 근로 여건을 개선했고, 이에 따라 성남시 노선버스 종사자는 2022년 2132명에서 2025년 2643명으로 511명 늘었다. 재정 절감과 서비스 유지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성남형 모델의 특징은 ‘얼마를 썼느냐’보다 ‘어디에 썼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수익 노선까지 포함해 일괄 보전하던 방식에서, 공공 개입의 범위를 교통 취약 구간으로 좁히는 대신 민간 운영이 가능한 영역은 시장에 맡겼다. 이 과정에서 재정 부담은 줄이고, 지원의 목적성은 더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 구조가 다른 지역에 그대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노선별 수익성과 재정 필요도를 구분할 수 있는 데이터 체계, 중앙·광역 재정과의 역할 분담, 그리고 민간 운영 구간과 공공 책임 구간을 가르는 기준이 함께 정리돼야 한다. 


성남형 준공영제는 재정을 얼마나 더 투입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이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를 다시 묻는 방식의 전환이다. 이 실험이 ‘절감 사례’로 남을지, 새로운 준공영제 모델로 자리 잡을지는 이 기준을 어떻게 제도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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