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법인택시 감차와 한정면허 전환, 고급택시 사업구역 통합 실증이 한꺼번에 추진되면서 택시 제도 전반을 손보는 실험이 시작됐다. 공급 총량을 줄이는 정책과 운영 방식의 재편을 동시에 묶은 ‘면허 구조 재설계’가 실제 현장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서울 한 택시 차고지에 주차된 택시 차량들.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7월 25일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통해 서울 법인택시를 ‘2대 감차하면 1대 한정면허로 전환’하는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이번 결정으로 택시 공급 조정과 사업구역 규제를 동시에 바꾸는 제도 실험이 시작됐다.
이번 실증의 핵심은 ‘택시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아니라, ‘면허를 어떤 구조로 바꾸느냐’에 있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이 신청한 안은 개인이 법인택시 면허를 양수한 뒤, 지자체가 지정한 지역·시간대에만 영업하는 한정면허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법인택시 2대를 감차하면 한정면허 1대를 발급하는 맞교환 구조가 골자다.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규모는 감차 약 1000대, 한정면허 500대다. 한정면허의 유효기간은 6년으로 설정됐다. 숫자만 놓고 보면 총량은 줄어든다. 다만 구조를 보면 ‘퇴출’이 아니라 ‘전환’에 가깝다. 기존 법인면허를 없애는 대신, 운행 조건이 제한된 형태로 다시 시장에 남겨두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쟁점이 분명해진다. 국토부는 “재정 소요 없이 감차 효과를 검증한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감차의 비용과 부담을 시장 내부 구조로 흡수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보상 재원을 투입하지 않는 대신, 면허의 성격을 바꿔 총량을 줄이는 설계다. 감차 정책이 ‘정리’가 아니라 ‘재배치’로 작동하는 셈이다.
면허의 성격 변화도 논쟁거리다. 한정면허는 영업 구역과 시간이 제한된다. 같은 택시라도 운행 조건에 따라 시장에서의 가치와 사업 안정성이 달라진다. 공급을 줄이면서도 부족 구간을 메우는 장치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제한 조건이 누적되면 “어떤 면허가 정상 영업의 기준이 되는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면허가 권리에 가까운지, 조건부 허가에 가까운지의 경계가 흔들리는 구조다.
국토부는 이번 실증을 통해 두 가지를 동시에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하나는 재정 투입 없이 법인택시를 줄일 수 있는지, 다른 하나는 특정 지역·시간대의 택시 부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지다. 감차는 총량 관리의 문제이고, 국지적 부족은 운영 효율의 문제다. 하나의 제도 실험에 서로 다른 목표가 함께 담기면서, 평가 기준과 정책 해석을 둘러싼 논쟁 가능성도 함께 커졌다.
이 구조 변화는 감차 실험에만 그치지 않는다. 같은 회의에서 브이씨엔씨가 신청한 ‘플랫폼 기반 고급택시 사업 구역 완화’도 승인됐다. 서울·인천·경기로 나뉜 택시 사업 구역을 ‘수도권’으로 통합해 운영하는 내용이다. 택시가 행정 경계에 묶여 가동률이 떨어지는 구조를 풀겠다는 취지지만, 이는 지자체별 면허·관리 체계와 직접 맞닿아 있다.
여기서 또 하나의 축이 드러난다. 수급 문제를 ‘총량 감차’로 풀 것인지, ‘운영 경계 해체’로 풀 것인지의 선택이다. 감차와 사업구역 통합이 동시에 추진되면, 정책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해석은 더 복잡해진다. 공급을 줄이면서도, 동시에 이동 범위를 넓혀 효율을 높이겠다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샌드박스는 택시 외 영역으로도 확장됐다. 국립소방연구원이 신청한 119구급차 안전장치와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장거리 전용차로 서비스도 규제 특례를 받아 실증에 들어간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동지원, 개인·이웃 간 차량공유 중개 플랫폼, 화물차 사고 시 차량 대여 서비스, 재활용품 수집 운반차 적재장치 튜닝까지 포함해 총 15건이 승인됐다. 교통 분야 전반에서 ‘실증’이 제도 변경의 전 단계로 작동하는 구조가 한꺼번에 열린 셈이다.
김홍목 국토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혁신 모빌리티 서비스가 실증 특례를 거쳐 상용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컨설팅과 인센티브 지원 등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서울 택시 실증의 관전 포인트는 “얼마나 줄였는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바꿨는가”에 있다. 감차를 전환으로 설계한 구조가 현장의 수급 문제를 어디까지 흡수할지, 그리고 면허 체계의 기준을 어디까지 재정의할지는 실증 평가 과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