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화물연대 간 첫 협상이 서로 극명한 입장차만 확인한 채로 결렬됐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부터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부 측은 화물연대 대표단과의 교섭을 시작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2시간도 채 못돼 결렬됐다.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채 더는 대화 진전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화물연대는 총파업을 돌입한 지난 24일부터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및 영구 시행, 안전운임 적용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고 나선 반면 정부는 안전운임 일몰 3년 연장 외에 다른 요구 사항은 들어줄 수 없다며 맞섰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 등을 막기 위해 화물 차주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그보다 적은 돈을 지불하는 화주에겐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3년 한시로 2020년부터 적용됐으며 올해 말 종료 예정이다.
화물연대 측은 이날 협상 결렬 이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비민주적인 업무개시 명령 철회와 화물연대 요구안에 대해 실질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국토부의 입장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국토부가 '우리가 답변할 수 있는 건 없다'는 말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화물연대는 "협상장에서 차관이 결정 권한이 없다면 장관이 직접 나와서 대화하라"며 "오는 30일 세종청사에서 다시 만나서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양측 협상은 대통령실이 업무개시 명령의 국무회의 심의 방침을 밝히면서 실질적으로 별 진척이 없을 거란 전망이 나왔다. 정부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국토부 협상단이 다른 입장을 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파업이 이날로 5일째에 접어들면서 산업현장 곳곳에선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시 대비 21%까지 급감해 수출입 및 환적화물 처리에 차질이 발생했다. 특히 광양항, 평택ㆍ당진항, 울산항 등 일부 항만은 컨테이너 반·출입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파업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레미콘 업계는 조만간 전국적으로 레미콘 생산이 중단되어 전국 곳곳의 공사현장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철강도 제품 출하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정유 역시 일부 공장 등에서 운송 방해가 일어나고 있고 전체 출하량도 평시 대비 감소했다.
4대 정유사(SK, GS, S-OIL, 현대오일뱅크) 차량 중 70~80%가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파악돼 장기화 시 주유소의 휘발유ㆍ경유 등 공급 차질도 우려된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이날 오전에 육상화물운송분야의 위기경보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렸다.
박래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