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 파급 영향력 큰 직업군…대선 승부 '표'도 갖고 있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택시에 대한 관심이 또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택시기사만을 상대로 한 중앙언론의 여론조사가 잇따라 발표되고, 정치인들이 민생현장 탐방의 일환으로 일부러 택시를 타거나, 그것으로도 부족해 택시기사를 체험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8월1일자 1면 머리기사로 '택시기사 2명 중 1명 "박근혜 태우고 싶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국내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중앙일보가 특정 직업군인 택시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탐사조사 결과를 1면에 보도한 것은 선거에서 그만큼 택시기사들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중앙일보는 '여론조사 활용 취재(SAR, Survey Assisted Reporting)'의 첫 사례로 이른바 '빅마우스(Bigmouth)'를 대표하는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역시 국내 3대 일간지인 동아일보가 발행하는 주간 동아는 2월21일자에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5개 도시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결과를 실었다.
주간 동아의 이 조사는 직업 특성상 거주지역 주민들의 민심을 가장 근거리에서 느끼는 직업군인 택시기사를 통해 중산층과 서민층의 '밑바닥 민심'을 조사한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다. 그동안 어떤 여론조사 기관에서도 택시기사 집단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적이 없는 만큼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총선·대선의 길목에 서 있어서인지 정치인들이 민생현장 탐방의 일환으로 일부러 택시를 타거나, 택시기사를 체험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20일 가평군에서 택시운전을 했는데 벌써 27번째 민생택시 운전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민생택시는 지난 2009년 1월 시작된 이래 2년7개월 동안 3000Km를 훌쩍 넘어섰다. 운행 거리만도 250시간에 육박한다.
김 지사 이외에도 일부러 택시운전을 체험하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박계동 전 의원, 송영길 인천시장 등도 1년 넘게 택시 핸들을 잡은 적이 있다.
정치인들의 이같은 행보는 수많은 시민들을 만나는 택시기사들이 여론의 흐름과 가장 근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일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하는 택시기사는 경기를 체감할 수 있는 직업군일 뿐만 아니라 늘 다양한 승객들과 대화를 하기 때문에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택시기사들은 보험업 종사자들과 함께 '구전홍보'에 의한 여론 파급 영향력이 큰 직업군이다. 나아가 직능별 선거운동이 중요한 대선에서는 택시기사 직업군 자체로 선거의 승부를 가를 수 있는 '표'를 갖고 있다.
전국의 택시기사는 법인·개인택시 모두 합쳐 30만명이 넘는다. 역대 대선을 보면 16대 대선에서는 39만557표, 17대 대선에서는 57만980표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이를 감안하면 택시기사 30만명에 그 가족의 표까지 염두에 둔다면 얼마든지 승부를 바꿀 수 있는 수치다.
하지만 택시기사들은 선거철만 되면 택시에 관심을 갖는 정치인들을 환영한다거나 곱게 보고만 있는 것같지 않다.
한 택시기사는 "선거철이 다가오면 택시문제에 관심을 갖고 여러 공약을 내놓는 정치인들이 많은데 나중에 보면 그때뿐이고 실제론 이루어진 것이 없다"며 "정치인들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