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슈]버스 기사 일자리 사라지나... 1조 통상임금 소송에 서울 버스업체 비상
  • 오승안 기자
  • 등록 2026-08-11 16:12:34

기사수정
  • 감차 승인 시 대당 8000만원…업체 40억 현금 확보 가능
  • 이달 27일 서울서부지법 첫 판결…청구액 총 1조216억원
  • 서울시 "지원 여부 결정 어렵다"…10차례 요청에도 검토 중

서울 시내버스 업체들이 이달 27일 첫 판결을 앞둔 통상임금 소송에 대비해 차량을 줄여 현금을 확보하는 자구책에 나섰다. 감차가 다른 업체로 번지면 배차 간격 확대와 심야·외곽 노선 축소 등 시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송파 버스공영 차고지 전경. (교통일보)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시내버스 A사는 최근 조합에 차량 50대 감차를 신청했다고 10일 밝혔다. 


감차가 승인되면 서울시로부터 대당 약 8000만원을 받아 4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서울 시내버스는 대당 운전기사 약 2.7명이 배치되는 만큼, 50대 감차는 기사 약 135명의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체들이 자구책에 나선 직접적 배경은 최대 1조원대 통상임금 소송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4년 12월 재직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계산하는 기준이 되는 고정 임금이다. 통상임금이 높을수록 각종 수당도 커지는 구조여서, 상여금이 포함되면 과거에 덜 받은 수당 차액을 소급 청구할 수 있다. 


예컨대 월급 300만원인 버스 기사가 초과근무를 했다면, 시간당 통상임금을 먼저 산출한 뒤 가산율을 곱해 수당을 계산한다. 상여금이 빠진 채 통상임금이 낮게 책정됐다면 그만큼 수당을 덜 받은 셈이 된다.


버스 기사들은 기존 수당 산정에 상여금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2023년 7월 2020~2022년 3년치 4776억원을 청구했고, 이후 2023~2024년분 3333억원과 지난해분 2107억원을 추가로 청구해 전체 청구액이 1조216억원으로 불었다.


이 가운데 첫 판단이 오는 27일 나온다.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합의11부는 선진운수 등 10개사를 상대로 근로자 1793명이 낸 소송의 1심 판결을 선고한다.


판결액을 가를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월급을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기준 근로시간을 두고 근로자 측은 월 176시간, 회사 측은 230시간을 각각 주장한다. 기준 시간이 짧을수록 통상임금과 이에 연동된 수당이 커진다. 


2023~2024년분을 추가 소급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조합 측은 230시간이 적용되고 추가 소급이 인정되지 않으면 64개사 부담이 5266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선고 이후에는 연 12~20%의 지연손해금이 붙고, 판결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 근로자들이 회사 재산을 압류할 수도 있다.


소송에 걸린 64개사는 서울시에 재정 지원을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소송 당사자가 아니라며 참여하지 않았다. 업체 측은 "10차례 넘게 소송 상황을 알리고 두 차례 지원을 요청했지만 검토 중이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했다.


서울 시내버스는 2004년부터 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가 노선을 정하고 64개 업체의 운송수입을 공동 관리하며, 수입이 표준운송원가에 못 미치면 재정으로 보전하는 구조다. 서울시가 버스업체에 지원한 재정은 최근 5년간 3조165억원에 달한다.


감차가 다른 업체로 번지면 배차 간격이 벌어지고 심야·외곽 노선이 줄어드는 등 시민 불편이 현실화할 수 있다. 한대광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대외협력본부장은 "감차가 업계로 확산하면 시내버스 정상 운행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상임금 소송은 기본적으로 노사 간 문제인 데다 수천억원의 재정이 걸린 사안이라 지원 여부를 곧바로 결정하기 어렵다"며 "27일 1심 판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1심 판결에서 기준 근로시간이 176시간으로 확정되면 64개사의 부담은 최대 시나리오인 1조216억원에 근접한다. 준공영제 구조상 그 상당 부분은 결국 서울시 재정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감차 신청이 다른 업체로 번질 경우 시민 서비스 축소와 재정 부담이 동시에 현실화하는 이중 압박을 서울시가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소송의 1심을 넘어 준공영제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재검토 계기가 될 수 있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교통일보 유튜브2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이슈] 인구 70만 바라보는 김포, 골드라인은 한숨 돌렸지만… 5호선 연장 숙제 남아 배차를 줄여 버텨온 김포골드라인은 그 방식마저 한계에 다가섰다. 대안인 5호선 연장은 낮은 경제성과 먼 개통 시점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두 칸짜리 열차가 장기역 승강장에 들어선 건 28일 오전 7시20분이었다. 사우역을 지나자 객실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종점 한 정거장 전인 고촌역에서는 문이 열려도 오르지 못한 승객이 있었다. 그...
  2. [현장]한강버스 요금 2배 된다…관광이냐 교통이냐, 주말 요금 두고 공방 서울시가 내년 4월부터 한강버스 주말·공휴일 요금을 3천 원에서 6천 원으로 올린다. 평일 기본요금 3천 원은 그대로 둔다.시는 29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후생동 4층에서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시민 공청회'를 열고 차등요금제 세부안을 공개했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의원과 전문가, 운영사 관계자, ...
  3. 주말엔 더 내고 평일은 3천 원 그대로…한강버스 '차등요금' 꺼냈다 주말마다 한강버스에 여가 이용객이 몰려 대기 불편이 커지자, 서울시가 기본요금 3천 원은 그대로 두고 주말·예약 요금을 따로 매기는 차등요금제를 추진한다.서울시는 29일 오전 10시 서소문청사 후생동 4층에서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고 밝혔다. 공청회에서는 차등요금제의 도입 목적과 필요성, 주말&mi...
  4. [이슈] 서울역~킨텍스 17분…GTX-A 달리는데, 다른 노선 2031년에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개통 2년 반 만에 누적 이용객 4047만 명을 넘어서며 경기도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B·C노선은 착공식 이후에도 실제 공사가 늦어지면서 2031년에야 개통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서울역 지하 GTX-A 승강장에서 열차에 올랐다. 연신내역과 대곡역을 지난 열차는 경기 고양 킨텍스역에 멈춰 .
  5. 로보택시 회사들 데이터 공유한다…외산 라이다 대신 국산 부품 우선 검토 미래차 부품기업들이 기술을 확보하고도 양산 경험과 수요처가 없어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하자, 정부가 완성차·부품·반도체·로보택시 기업을 짝지은 협력 협약 5건을 맺었다.산업통상부(산업부)는 30일 서울 현대모비스 본사에서 '미래차 생태계 구축 협력' 업무협약식과 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M.AX 얼라이언스' ...
  6. [이슈]한강버스 적자는 서울시민 세금으로, 주말 요금은 서울시민도 2배 서울시 요금안대로라면 내년 4월부터 주말에 한강버스를 타는 서울시민은 6천 원을 낸다. 외국인 관광객, 다른 지역 주민과 같은 요금이다. 한강버스 운항 적자는 서울시 재정으로 메운다.서울시는 지난달 29일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안)을 위한 시민 공청회'에서 주말·공휴일 요금을 두 배로 올리는 차등요금제를 공개했다. 이 ...
  7. 美는 수입 금지하는데…韓, 中 로보택시 안보 규제 '미도입' 중국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단 차량 10대가 이미 서울 강남을 달리고 있지만, 국내 운행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중국산 로보택시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엄태영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은 국토교통부(국토부)에서 받은 '중국산 로보택시 국내 도입 및 규제 현황' 자료를 28일 ...
  8. 서울시 "2030년까지 자율주행 시내버스 500대 도입 추진" 기존 버스에 센서를 덧붙이는 소규모 실증으로는 대량 도입에 한계가 있자, 서울시가 현대차·버스업계와 손잡고 자율주행 전용 시내버스 500대 도입을 추진한다.서울시는 1일 시청에서 현대자동차,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버스조합)과 '레벨4 자율주행 시내버스 상용화 및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
  9. 현대캐피탈 대출금 상환 유예…렌터카 업계 경영난 완화 기대 부산지역 중소 렌터카업체들이 캐피탈 사를 이용해 렌터카 차량을 할부로 구매할 시 매월 정기적으로 내는 대출금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유예 기간 발생하는 경과이자도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대출금 상환 유예와 경과이자를 감면받으면 고물가·고금리·고유가 여파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렌터카 가동률이 바닥 수준...
  10. 오세훈 "버스도 필수공익사업장 지정해야"…교통공사 정원 감축은 '시민 요구'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시내버스도 지하철처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서울시 입장을 재확인했다.오 시장은 이 날 오전 10시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선 9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교통 현안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와의 정원 협상이 쟁의 절차로 이어지는 상황과 시내버스 통상임금 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