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도 교통 인프라 취약 지역이 있지만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경제성에 최대 70%의 비중을 두고 있어 공공성 높은 사업조차 추진이 어렵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22일 서울시립미술관 세마홀에서 열린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서울시청)서울시는 지난 22일 서울시립미술관 세마홀에서 '수도권 교통소외지역 해소를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학계·전문가·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는 대규모 공공투자 사업의 타당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제도다. 경제성(B/C)·정책성·지역균형발전 항목을 종합 평가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첫 번째 발제자인 탁현우 한국교통대 교수는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예타 제도 개편안이 경제성 가중치 5% 하향, 수도권 균형성장 가중치 5% 신설 등을 담은 긍정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다만 개편 후에도 수도권 사업의 경제성 비중이 최대 70%에 달해 교통소외지역 경전철 사업 등 공공성 높은 사업은 추진이 구조적으로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고길곤 서울대 교수는 예타 제도가 경제성 중심 평가에서 공공가치 종합평가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예타 구조가 수도권을 상대적으로 발전된 지역으로 전제해 수도권 내부의 인프라 취약 지역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수도권 내부의 지역 간 격차도 국가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 전문가 8명은 저출생·고령화, 탄소중립 등 국가적 과제는 비용 대비 편익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사회적 편익과 도시 회복력, 환경성 등을 폭넓게 평가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서울시는 토론회 결과를 바탕으로 경제성 가중치 완화, 혼잡도 완화 편익 신설, 교통체계 효율성 개선 효과 반영 등을 담은 제도 건의안을 구체화해 정부에 지속 건의할 방침이다.
강석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예타 제도가 단순한 경제성 평가를 넘어 공공투자의 가치를 균형 있게 평가하는 제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전문가와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제적 타당성 0.75를 기록한 서울 목동선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반면, 0.27에 그친 영월~삼척 고속도로는 통과한 사례는 현행 예타 구조의 역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5월 개편안이 경제성 가중치를 5% 낮추는 데 그친 만큼, 이번 토론회의 건의안이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질지가 주목된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