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공공기관 통근버스 계약 종료가 겹치면서 전세버스 업계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화물차·노선버스 유가보조금 확대에 나섰지만 전세버스는 여전히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다.
전세버스 차고지에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계약 물량은 줄어드는데 기름값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세버스는 여전히 유가보조금 대상이 아닙니다.”
서울시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업계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경유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공공기관 통근버스 계약 종료까지 겹치면서 전세버스 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7일 본회의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국가자원안보 위기 경보 발령 시 유류세액을 초과하는 유가연동보조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화물차와 노선버스 업계는 경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더라도 추가 유가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반면 전세버스 업계는 이번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전세버스 3만9000여대 가운데 약 97%가 경유 차량이다. 장거리 운행과 통근·통학 수요 비중이 높은 업계 특성상 유가 상승 부담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7일 5차 석유 최고가격을 4차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다. 휘발유는 리터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유지된다. 중동 지역 긴장 장기화로 국제유가 불안이 이어지면서 경유 의존도가 높은 전세버스 운행 여건도 악화하고 있다.
업계는 최근 공공기관 통근버스 계약 중단 문제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는 혁신도시 정주율 제고를 이유로 수도권 통근버스 운행 중단 방침을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46곳이 수도권 전세 통근버스를 운영해왔으며, 이 가운데 19곳은 이미 운행을 중단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연금공단 등 나머지 기관들도 오는 6월까지 순차적으로 운행 종료를 추진하고 있다.
전세버스 업계는 연초 연간 계약을 기준으로 차량 운용과 기사 배치를 진행하는 구조다. 계약이 중도 종료될 경우 차량 할부금과 보험료, 기사 인건비 부담은 그대로 남게 된다. 업계는 전국 공공기관 통근버스 시장 규모를 연간 200억~3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공기관 통근버스 물량 축소 이후 남은 기업 통근버스와 셔틀 시장에 업체들이 몰리면서 입찰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부 업체들은 가동률 하락으로 보유 차량 상당수를 차고지에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전세버스는 학생 현장학습과 수학여행, 기업 통근 등을 담당하는 교통수단”이라며 “최근 학교 단체활동 감소로 업계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단체 활동 정상화를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현실적인 지원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별도 예산 지원 대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세버스를 기존 유가보조금 제도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조속히 결론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하면 업계 운영 부담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며 “지원이 늦어질 경우 운행 축소나 이용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