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서울시장 후보가 나란히 교통을 선거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캠프 출범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새벽 자율주행버스를 골랐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시민 공약 20개 중 12개를 교통으로 채웠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맞붙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3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44회 서울특별시장기 축구대회 개회식에서 나란히 손을 흔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오 후보는 지난 28일 새벽 4시 서울 명동성당 인근 정류장에서 기후동행카드를 태그하고 A741번 자율주행버스에 올랐다. 새벽 출근길 시민들과 함께 이동하며 고충을 직접 들었다.
A741번은 서울시가 지난 3월 최초로 도입한 전 구간 자율주행 노선으로, 은평구 구파발역을 출발해 강남구 양재역까지 약 23.5㎞를 운행한다. 청소 노동자와 경비원 등 대중교통 공급이 부족한 새벽 시간대 이동 수요를 반영해 설계됐다.
캠프 측이 전한 버스 안에서 만난 탑승객 A씨는 "심야버스를 타면 직장에 너무 일찍 도착해 건물 문이 열리기 전까지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며 "이 버스는 출근 시간에 맞출 수 있고 요금도 저렴하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 B씨는 "기존 야간버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서서 가야 할 정도였는데 출근길이 한결 수월해졌다"고 했다. 오 후보는 "고단한 밤낮을 위해 길을 나선 분들의 발걸음이 더 편안해지도록 첨단 기술을 가장 절실한 곳에 먼저 쓰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현재 18대 규모인 자율주행 버스와 택시를 내년까지 100대 수준으로 늘리고, 2030년에는 1000대 규모로 확대해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할 방침이다. 서울 동서남북 4개 노선의 누적 이용객은 3만 명을 넘어섰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캠프 출범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지난 28일 새벽 A741번 자율주행버스에 탑승해 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오세훈 후보 페이스북) 정 후보는 시민 목소리를 공약으로 직접 옮겼다. 시민 참여 플랫폼 '서울의 목소리'를 통해 발표 중인 '세금이 아깝지 않은 정책(세아정)' 시리즈 20개 가운데 12개가 교통 관련 공약이다.
고현호 정원오 캠프 팀장은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플랫폼에서 서울 시민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분야가 교통"이라며 "시민 의견을 반영하다 보니 교통 관련 공약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 공약 중 주거와 교통이 핵심"이라며 "걸어서 5분 안에 정류소, 10분 안에 역세권으로 가는 30분 통근 도시가 핵심 목표"라고 했다.
세부 공약은 출퇴근 불편 해소에 집중돼 있다. 정 후보는 지하철이 끊긴 심야 시간대에 지하철 노선을 그대로 따라 다니는 '지하철 팔로워 버스'를 도입하고, 혼잡 노선 객차의 좌석을 접이식으로 바꿔 입석 공간을 넓히는 '공간확장형 객차'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중기적으로는 4·7호선에 급행열차를 도입하고 9호선은 현재 6량에서 8량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같은 노선 버스를 잘못 내려 다시 탈 경우 기본요금을 면제하는 '동일노선 재승차 무료제'와 공원·체육시설 등 체류 시간이 긴 시설 인근에서 환승 유효 시간을 늘리는 '대중교통 존' 도입도 포함됐다.
교통약자와 보행 안전 공약도 여럿이다. 정 후보는 지하철 계단에 난간형 리프트 장비를 설치하는 손잡이형 반자동 에스컬레이터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버스정류장·지하철역 등 보행자 밀집 구역에는 차량 돌진 대비용 볼라드와 안전펜스를 설치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유 킥보드·자전거 불법 정차 수거를 위한 법률 개정도 국회에 요청하겠다고 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버스에 탑승해 시민들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정원오 후보 페이스북) 공희준 정치컨설턴트는 두 후보의 교통 공약 경쟁을 부동산과 연결해 분석했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서울의 구도는 집값이고 경기도의 구도는 교통"이라며 "집값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결국 교통이기 때문에 두 후보 모두 교통 공약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오세훈 후보는 교통망 확충으로 집값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고, 정원오 후보는 교통 불편으로 손해를 본 지역의 집값을 교통 개선으로 만회해주겠다는 메시지"라고 했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