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0시부터 적용되는 3차 석유 최고가격을 2차와 동일한 수준으로 동결하면서 휘발유 리터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 유지된다.
8일 오후 서울 삼성역 인근 HD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전광판에 휘발유 리터당 2,105원, 경유 2,045원, 등유 2,605원의 유가가 표시돼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 산업통상부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석유 최고가격 3차 지정' 화상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는 제도로 2주일 주기로 지정된다. 지난달 13일 첫 도입 이후 같은 달 27일 2차 고시가 이뤄진 데 이어 이번 3차 고시에서는 가격이 동결됐다.
동결 결정의 핵심 배경은 8일 미국과 이란의 휴전 발표다. 지난 2주간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 기준으로 휘발유는 1.6%, 경유는 23.7%, 등유는 11.5% 각각 상승했지만, 휴전 발표 직후 국제유가가 급락하며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국제가격만을 반영했다면 경유는 300원, 등유는 100원, 휘발유는 20원가량 상한선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정부는 인상을 억제했다.
특히 경유 동결에는 생계형 수요층 보호라는 정책적 판단이 깔려 있다. 화물차 운전자, 택배기사, 농민과 어업인 등이 경유 주요 수요층인 데다 민생물가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는 점을 감안했다.
3차 최고가격 동결로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직접적인 인하 효과는 제도를 적용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해 경유 약 300원, 등유 약 100원, 휘발유 약 2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산업부는 추산했다. 다만 최고가격은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 상한선이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주유소 판매가격은 2000원 안팎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가격 조정 가능성에 대해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유가가 안정된다면 최고가격제 지정 주기를 현행 2주에서 3주로 늘리는 등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시 국내 기름값이 약 0.5%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변수가 너무 많아 상황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외 대체 경로를 통해 4월분 5000만 배럴, 5월분 6000만 배럴의 대체 원유를 확보한 데 이어 7월 물량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최고가격 동결에도 부당 가격 인상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고수할 방침이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4851개 주유소를 특별점검해 총 85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했으며, 이 중 사재기 8건·가짜 석유 1건·정량 미달 1건 등에 대한 행정처분을 진행 중이다.
양기욱 실장은 "3차 최고가격이 동결된 만큼 소비자 가격에 특별히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정유사나 주유소의 담합, 매점매석 등 시장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서울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2005.56원으로 2022년 8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2000원선을 돌파한 상태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도 리터당 2021.59원으로 전날보다 8.20원 올랐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