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자율주행을 근거로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도착한 시내버스 앞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11일 성명을 내고 자율주행을 명분으로 한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성명은 기술 도입 논의와 노동자의 쟁의권을 연결하는 접근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파업을 전제로 한 정책 프레임 설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필수공익사업 지정은 파업 시에도 일정 수준의 운행을 유지하도록 한 제도다. 노사 분쟁 상황에서도 시민의 기본적인 이동권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노조는 자율주행 기술의 가능성과 이를 서울 도심 대중교통에 전면 적용하는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시내버스는 혼잡한 도로에서 다수의 승객을 동시에 수송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들며, 제한된 구간 시험 운행과는 조건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생명과 안전이 직결되는 분야라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현실 도로 환경에 대한 지적도 포함됐다. 성명은 갑작스러운 끼어들기, 무단 횡단, 신호 위반 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일상적으로 발생한다고 밝혔다. 급정거 시 차내 승객 안전 확보 문제와, 좌석 착석·안전벨트 착용을 전제로 한 운행 체계가 현재 수송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제시했다.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우회가 어려워 교통 혼잡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었다.
노조는 이번 논의의 핵심이 자율주행이 아니라 필수공익사업 지정이라고 규정했다. 필수공익사업 지정이 쟁의권을 중대하게 제한하는 조치라는 점을 들어, 기술 발전을 이유로 기본권을 선제적으로 제약하는 접근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갈등의 원인이 기술이 아니라 행정의 책임 문제에 있다는 입장을 담았다.
AI 활용 방향에 대해서는 보조 수단으로의 활용을 제시했다. 완전 무인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안전요원 배치가 필요해질 경우 또 다른 인력 운영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며, 숙련 인력을 줄이고 저임금 인력 체계로 전환하는 방식은 교통정책이 아니라 구조조정에 가깝다고 적었다. 해외 사례로는 상용화를 위한 안전 매뉴얼과 법·보험 기준 정비가 선행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노조는 자율주행을 명분으로 한 필수공익사업 지정 추진이 시민 안전을 위한 조치라기보다 노동자의 권리를 제약하기 위한 절차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을 앞세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교통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성명에는 “서울시는 더 이상 시민을 앞세워 버스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월 10일 서울시청 출입기자단 신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청) 이번 성명은 지난 1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신년 간담회 뒤 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자리에서 시내버스 운영 안정화 방안을 설명하며 시내버스의 필수공익사업 지정 필요성을 언급했고, 지정이 되더라도 쟁의권 자체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간담회에서는 자율주행 기술 확산에 따른 향후 노사 갈등 가능성도 함께 거론됐다. 그는 “자율주행 버스는 멀지 않은 장래에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며 기술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