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가 택시 기본요금을 4천원에서 4천5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운송원가 상승을 반영한 조치라는 설명이 나오지만 대중교통망이 충분하지 않은 관광도시 특성상 이용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낙영 경주시장(왼쪽)이 경주역 인근에서 택시 기사를 만나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경주시) 경주시는 경북도 물가대책위원회가 마련한 택시 운임·요율 조정 기준을 적용해 2월 1일부터 택시 요금을 바꾼다. 기본요금이 기존 4천원에서 4천500원으로 오르고, 기본요금 적용 거리는 2킬로미터에서 1.7킬로미터로 줄어든다.
거리 운임도 131미터당 100원에서 128미터당 100원으로 조정된다. 심야할증과 시계 외 할증, 복합할증 요금은 현행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 주낙영 시장은 "이번 택시 운임·요율 조정은 경북도 기준을 반영해 관련 절차에 따라 추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정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운송원가 상승이 있다. 유류비와 차량 유지비, 인건비가 오르면서 택시 업계 수익 구조가 악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고, 요금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현장 기사들은 이번 인상을 대체로 뒤늦은 조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경북에서 13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이모씨(54)는 "서울 택시 요금을 생각하면 이번 요금 인상은 그동안 늦어졌던 조정이라고 본다"며 "지금 인상된 요금도 서울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은 2023년 조정 이후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1.6킬로미터 기준 4,800원으로 책정돼 있어 이번 인상 뒤에도 경주가 서울보다 낮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경북에서 7년째 운행하는 박모씨(48)는 "요금이 올라 기사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손님들이 요금 부담 때문에 택시 이용을 줄이지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 쪽에서는 경주 특유의 교통 환경이 요금 인상의 체감을 키운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주를 방문한 대학생 관광객 김융(25) 씨는 "경주는 대표 관광지라 교통이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버스 노선이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며 "여러 관광지를 이동하려면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학생 입장에서는 요금이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경주 APEC 행사를 계기로 경주를 찾았다는 사회초년생 조혜원(27) 씨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놨다. 조 씨는 "서울에서 경주역까지 열차 이동은 편리했지만 역에서 다른 관광지로 이동하려면 버스를 타야 하는데 배차 간격도 길고 노선도 다양하지 않았다"며 "결국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KTX 요금에 택시비까지 더해지면 이동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택시요금까지 오른다면 부담이 더 커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관광지가 넓게 흩어져 있는 경주에서는 버스 노선과 배차만으로는 이동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기 어렵다. 여러 명소를 하루에 돌아보려는 관광객에게 택시가 사실상 주요 이동 수단이 되는 구조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요금 변화가 이용자 체감 교통비에 곧장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택시요금 인상이 단순한 이용자 부담 증가로 끝날지, 기사 수입 안정과 운행 유지로 이어져 택시 공급 안정에 도움이 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요금 수준이 뒷받침돼야 기사 이탈을 막고 서비스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정이 경주 교통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인다.
서철석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