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을 먹고 핸들을 잡은 70대 택시기사가 도심을 덮쳤다. 법원은 약물과 사고의 인과를 아직 다투는 중이지만, 취재 결과 더 오래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 기사는, 수십 년 운전대를 잡는 동안 자신이 복용하는 약이 운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단 한 번도 제도적으로 교육받지 못했다.
퇴근 시간대인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택시가 보행자와 차량을 잇따라 들이받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 현장. (사진=연합뉴스)퇴근길 서울 도심을 덮친 사고였다. 지난 1월 2일 오후 6시께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70대 후반 개인택시 기사 이모씨가 몰던 차량이 보행자와 차량을 잇따라 들이받아 수십 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씨는 사고 전 감기약을 복용했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은 1월 5일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약물을 복용했다거나 약물 복용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인과 관계는 법정에서 가릴 일이다. 그러나 이 사고가 드러낸 다른 질문은 훨씬 구조적이다. 하루에도 수백만 명을 태우는 택시기사들은, 지금까지 자신이 먹는 감기약·혈압약이 운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누구에게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다.
서울시교통문화교육원이 운영하는 개인택시 보수교육은 4년마다 이수하는 4시간 과정이다. 교과는 '개정 교통법규 해설 및 사고사례 분석', '고객과의 소통 기술', '교통약자 인식개선 및 성인지 교육' 등으로 짜여 있다.
교육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교육 과정에 약물 관련 내용은 별도 항목으로 편성돼 있지 않다"고 확인했다. 60세 이상 고령자 대상 택시 보수교육에도 '주·야간 운전성향 분석 및 고령자 교통사고 사례분석'이 포함돼 있을 뿐, 약물 복용과 운전 위험을 명시한 단독 교과는 없다. 법령위반자 과정의 '운수종사자 건강관리' 교과 역시 약물 복용 위험을 상시 주제로 다루지 않는다고 교육원 측은 설명했다.
역설적인 것은, 같은 70대 운전자라도 일반 운전면허 유지를 위한 교육에는 이 내용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사람을 업으로 태우는 택시기사에게 없는 약물 교육이, 그냥 면허를 유지하려는 고령 운전자 교육에는 정식 교과로 편성돼 있다. 도로교통공단은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2년마다 3시간짜리 권장교육을 실시하고, 75세 이상은 면허 유지를 위한 의무교육·치매 선별검사를 받아야 한다.
지상구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65세 이상 운전자 교육에 약물 운전 위험성이 정식 교과로 포함돼 있다"며 "감기약, 혈압약처럼 고령층이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약을 어떻게 복용하고 운전해야 하는지를 전문 교재로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음주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약물 영향도 교육 내용에 담겨 있다고 했다. 즉, 같은 70대 운전자라도 일반 운전자로서 받는 교육에는 약물 내용이 있고, 택시기사로서 받는 보수교육에는 없는 구조다.
지 교수는 "직업 운전자는 장시간 운전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약물 영향이 일반 운전자보다 더 위험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 보수교육은 각 업종별로 소관 부처와 교육기관이 나뉘어 있어 통일된 약물 교육 기준을 만들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짚었다.
20년 가까이 서울 시내에서 개인택시를 운행해 온 박모씨(67)는 "교육을 받으러 가면 대부분 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성희롱 예방 교육 같은 거 듣고 끝난다"며 "약 먹고 운전하면 위험하다는 얘기를 교육에서 들어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감기약 먹고 운전하는 게 음주랑 비슷할 수 있다는 건 사고 뉴스 보고 나서야 심각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10년 경력의 개인택시 기사 김모씨(62)도 "혈압약은 매일 먹는데, 그게 운전에 영향을 준다는 걸 병원에서 딱히 얘기해준 적도 없고, 교육에서도 들은 적 없다"고 했다.
의학계는 이 공백을 일찍부터 우려해 왔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령자는 여러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예상치 못한 상호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이 영향은 장시간 운전 환경에서 더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특히 항히스타민제가 포함된 감기약은 졸음 유발 효과가 뚜렷해 연속 운전을 하는 택시기사에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환자에게 운전 주의 안내를 하는 것은 의사의 역할이지만, 직업 운전자라면 교육 시스템 차원에서도 반복적으로 안내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수치가 이 문제를 더 무겁게 만든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개인택시 운전자의 76%가 60세 이상이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23년 기준 전체 사고의 약 17%를 차지하며 10년 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고령 운전자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개인택시 업종에서 약물 교육이 빠져 있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가장 위험한 조합 중 하나를 방치하고 있다는 의미다.
교육 체계 재설계를 위한 논의 자체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국토부는 현행 고시 개정 계획이 없고, 서울시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원은 약물 항목 편성 여부를 "서울시와 협의할 사안"이라고 미뤘다. 공은 세 기관 사이를 떠돌고 있다.
종각역 사고의 인과 관계는 아직 감정 중이다. 그러나 그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드러난 사실은 하나다. 매일 도심을 누비는 수십만 명의 직업 운전자들에게, 자신이 먹는 약이 핸들을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가르치는 제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종각역 인근 다중 추돌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 70대 후반 택시기사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