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부 도시에서는 로보택시를 타고 출퇴근하는 모습이 이미 일상이 됐다. 정부 주도 규제 완화와 대규모 실증이 맞물려 자율주행 상용화를 밀어붙이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제한된 지역 시범 운행 단계에 머물러 있어 두 나라 사이의 속도 격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운행 중인 바이두의 로보택시 '뤄보콰이파오(아폴로 고)'가 승객 탑승을 위해 문을 열고 정차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도심 도로에서는 운전석이 텅 빈 차량이 일반 차들 사이를 누비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중국 기술기업 바이두가 운영하는 로보택시 '뤄보콰이파오(아폴로 고·Apollo Go)'는 운전자 없이 달리는 완전 무인 자율주행(L4) 차량으로, 우한 도심 교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용 방법은 기존 호출 택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용 앱으로 차량을 부르고 지정 탑승 지점으로 이동하면 된다. 도착한 차의 외부 화면에 휴대전화 뒷번호를 입력하거나 앱이 깔린 스마트폰을 가까이 대면 문이 열린다. 차 안에서는 음성 인식 기능으로 온도를 조절하거나 음악을 고를 수 있고, 좌석에 내장된 안마 기능도 추가 비용 없이 쓸 수 있다.
주행 안정성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갑자기 끼어드는 이륜차나 무단횡단 보행자를 자연스럽게 피하고, 앞차 흐름에 맞춰 차선을 바꾸는 등 도심 교통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한다. 전방이 트이면 시속 60킬로미터 이상으로 속도를 올리지만 과속에 가까운 운행은 자제된다.
요금 경쟁력도 확산의 발판이 되고 있다. 우한에서 약 5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비용은 8위안(약 1,600원) 수준으로, 같은 거리 일반 택시 요금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 서비스는 중국 여러 도시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50개 이상의 도시에서 자율주행차 공공도로 시험 운행이 허용됐고, 우한·베이징·상하이 등 최소 10개 도시에서는 상용 운행이 이미 시작됐다. 미국의 두 배 수준 규모다. 중국 정부는 도시 단위 규제 체계를 활용해 각 도시가 자율주행 시범 구역을 지정하고 기업에 단계적으로 주행 허가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실증과 상용 서비스를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다.
제도 기반 마련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달 중국은 창안자동차와 베이징자동차 산하 아크폭스 2종에 양산형 레벨3(L3) 자율주행차의 조건부 제품 진입을 허가했다. 바이두는 우버·리프트와 손잡고 내년 상반기 영국 런던에서 로보택시 시범 운행을 시작할 계획도 내놨다.
중국에서 약 10년간 유학한 뒤 귀국한 유인찬 씨는 "중국 여러 도시에서는 자율주행 택시를 쉽게 볼 수 있어 오히려 사람이 운전하는 택시가 더 낯설게 느껴질 정도"라며 "앱 기반 호출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고 교통량이 많은 도심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주행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아직 실증의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다. 서울 상암, 경기 판교, 세종시 등 일부 지역이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돼 시험 운행과 제한적 유상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는 심야 시간대 자율주행 택시 시범 운행도 진행 중이지만, 운전석에는 안전요원이 동승하는 방식이어서 완전 무인 로보택시가 도심을 누비는 중국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안전 기준과 책임 구조, 보험 체계 등 제도 정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운전자·제조사·소프트웨어 운영 주체 가운데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다.
노남규 서울시 미래첨단교통과 자율주행팀 주무관은 "최근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시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현재 일부 시범운행 구역에 한정된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장기적으로는 서울 전역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안전 기준과 제도 정비 상황을 고려해 실증과 서비스 확대를 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술 발전과 제도 정비, 사회적 합의가 함께 맞물려야 한다는 점에서 로보택시 시대로 가는 길은 중국도, 한국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다만 속도의 차이는 분명하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