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구급차는 시신 이송을 병행하면서도 이용자에게 그 사실과 운행 범위를 사전에 고지하도록 한 규정은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과 시행규칙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응급 상황에서 선택되는 서비스가 환자에게 설명·동의·선택 기준이 결여된 채 제공되는 구조로 굳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사장 인근에 대기 중인 민간구급차. ‘응급출동’ 표기와 경광등은 안전의 상징으로 인식되지만, 차량의 실제 운행 범위에 대한 설명 의무는 제도에 명시돼 있지 않다. (사진=독자 제공)행사장과 경기장, 지역 축제 현장에는 언제나 민간구급차가 대기한다. ‘응급구조’라는 문구와 경광등을 갖춘 차량은 현장에서 안전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 그 차량이 어떤 운행을 병행해 왔는지는 묻지 않아도 되는 영역으로 취급된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민간구급차를 수년간 이용해 온 현장 관계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차량의 운행 범위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한다. 유소년 축구 경기 운영을 4년간 맡아온 한 관계자는 본지에 “차량이 시신 이송에도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응급 상황 대비라는 목적만 인식했을 뿐, 장례 목적 운행과 병행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직전에 시신을 이송한 차량이라면, 부상 선수가 그 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소독과 위생이 제대로 관리됐는지 걱정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개인의 무지라기보다, 이용 단계에서 설명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 구조가 반복적으로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실제로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과 시행규칙을 살펴보면, 민간구급차 이용자에게 운행 목적이나 직전 운행 내역, 시신 이송 가능성을 사전에 고지하도록 한 명시적 조항은 확인되지 않는다. 법은 구급차의 구조와 장비, 인력 배치, 응급환자 이송 절차를 상세히 규정하지만, 이용자가 어떤 정보를 알고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민간구급차의 시신 이송 병행 여부를 이용자 고지 항목으로 명시한 통합 매뉴얼이나 정부 지침 역시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구급차의 소독과 위생 관리 기준 역시 응급환자 이송을 전제로 한 일반적 관리 의무에 머문다. 시신 이송 이후 동일 차량이 환자 이송에 투입되는 상황을 상정해 별도의 고지나 확인 절차를 두거나, 이용자에게 선택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구조는 법령상 마련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이용자는 ‘응급차’를 선택했다고 인식하지만, 그 판단의 전제가 되는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고지 의무가 없으니 동의도 성립하지 않고, 선택은 차량 외형과 명칭에 의존하게 된다.
응급환자 이송을 전제로 설계된 내부 구조. 소독과 위생 관리 기준 역시 응급 이송을 기준으로 한 일반적 의무에 그치고, 시신 이송 병행 상황을 상정한 별도 고지나 확인 절차는 제도에 없다. (사진=독자 제공)이 같은 공백은 입법 구조에서 비롯됐다. 응급의료법은 ‘생존 환자’의 신속한 처치와 이송을 중심으로 설계됐고, 시신 운송은 제도의 핵심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 결과 민간구급차의 시신 이송은 예외적 허용의 영역에 머물렀고, 이용자 고지 역시 법의 직접적인 관심 밖에 남았다.
예외는 반복되며 관행이 됐다. 병원 내 사망자 이송이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이후 이동처럼 제한적으로 허용되던 운행은 점차 일상적 장례 이송으로 확장됐다. 그러나 법은 이를 여전히 주변 영역으로 취급할 뿐, 이용자에게 알릴 책임을 명확히 부과하지 않는다. 고지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은 구조에서, 현장 설명은 관행적으로 생략된다.
결국 이 사안의 핵심은 단순한 인식 문제가 아니다. 제도가 정보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는 알 수 없게 만들어진다. 응급의료 체계의 신뢰를 유지하려면, 차량의 운행 범위와 병행 역할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과 선택 기준이 더 이상 공백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서울시 특수여객자동차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22일 본지와의 면담에서 “사망진단서가 발급된 이후의 장례 목적 시신 운송은 응급 상황으로 볼 수 없고, 그 영역은 이미 법과 판례로 정리돼 있다”며 “문제는 그 경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지가 없는 구조에서는 선택도, 책임도 흐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