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당일 열린 서울 시내버스 노·사 14차 교섭이 합의 없이 마무리됐다. 노조는 파업을 유보한 채 협상에 참여했지만, 통상임금 이행 기준과 단체교섭 요구안을 두고 사업조합과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14차 노사 교섭이 진행된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 사무실. 통상임금 재산정 기준을 둘러싼 입장차는 이날도 좁혀지지 않았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
제14차 중앙노사교섭은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시작됐다. 이날 교섭은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참여한 노·사 교섭 형태로 진행됐으며, 서울시는 참석하지 않았다.
교섭은 약 80분간 이어졌으나 핵심 쟁점에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실무교섭으로 전환됐다. 실무 논의는 2시간 가량 진행됐으며, 양측은 내일 14일 오전 10시에 같은 장소에서 실무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가장 큰 쟁점은 통상임금 재산정 기준이다. 사측 교섭위원들은 “최근 서울고등법원 동아운수 항소심 판결의 내용을 고려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의 요구와 관련해 서울시와 협의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없는 상황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사측은 통상임금 적용이 전체 인건비와 재정 부담에 직결되는 만큼, 서울시와의 논의 없이는 확정적인 입장을 내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조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노측 교섭위원들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노동부 시정지시, 최근 항소심 판결까지 모두 176시간 기준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보다 낮은 기준은 법적으로도, 교섭적으로도 양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통상임금 문제를 단체교섭의 대상이 아닌 “임금체불 이행 문제”라고 규정하며, 미지급 임금 지급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단체교섭 요구안에 대한 논의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 노조는 다른 지역보다 낮은 수준의 근로조건을 우선 개선해야 한다며 ▲정년 연장 ▲동일노동 동일임금(임금차별 해소) ▲암행감찰 폐지 ▲교육수당 개선 ▲고용안정협약 이행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다수 항목이 비용과 연동되는 사안이라며 “임금인상률과 통상임금 적용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측은 서울시와 협의 중이라는 점을 다시 언급하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교섭과 별개로, 노조는 통상임금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 노조는 14일 오전 10시, 서울 시내버스 64개 회사에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체불임금 지급 촉구’ 공문을 등기로 일괄 발송할 계획이다.
공문에는 최근 서울고법 판결을 근거로 정기상여금과 명절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미지급 임금과 지연이자를 정산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는 체불임금 이행이 더 지연될 경우 ▲민사소송 ▲각 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형사고발 ▲체불임금의 최대 3배까지 청구 가능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 강도 높은 법적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파업은 당분간 유보 상태다. 노조는 “사측과 서울시의 대응을 보고 쟁의행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수능 당일 시민 불편을 고려해 파업을 유보했지만, 핵심 쟁점에서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업 논의가 다시 가동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교섭에 참여한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오전 협상에서 파업은 유보되었지만, 교섭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다음 일정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노사가 다음날 실무교섭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통상임금 이행 책임과 재정 부담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는 만큼 협상 타결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