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전역을 멈춰 세울 뻔한 버스 파업은 지난 10월 1일 막판 협상으로 가까스로 타결됐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는 도내 모든 노선이 함께 앉지 못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광역버스, 즉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 관할 노선이 빠지면서 ‘반쪽 타결’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버스 운행을 마치고 차량기지로 돌아온 경기도 일산 지역 시내버스 기사.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 이번 협상은 경기도버스노동조합협의회와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이 주도하고, 경기도청이 조정자로 나선 3자 구조였다. 노조는 임금 인상과 준공영제 확대를 요구했고, 경기도는 14시간의 조정 끝에 임금 8.5% 인상과 2027년 통합 전환을 약속했다.
하지만 협상 대상은 경기도가 직접 관리하는 시내·농어촌·공공버스에 한정됐다. 대광위가 관할하는 광역버스 노선은 중앙정부 소관이라는 이유로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광위는 국토교통부 산하 중앙행정기관으로, 광역버스(M버스·직행좌석 등)의 노선 인가와 운행비를 직접 관리한다. 김포·고양·하남 등 수도권 주요 도시의 출퇴근 노선이 여기에 속한다.
문제는 이 노선들 역시 경기도민의 생활노선이라는 점이다. 생활권은 하나인데 행정 주체가 다르다 보니, 임금·근무조건·보전금 산정이 각각 다르게 움직인다. 그 결과 같은 경기도 기사라도 급여 기준이 달라지고, 협상 내용이 전 지역에 일괄 적용되지 못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발생한다.
현재 경기도 버스 체계는 시공공·도농공·공공버스·대광위 등 네 갈래로 나뉜다. 시공공은 시 단위에서 관리하는 도심형 노선, 도농공은 도가 보전금을 지원하는 농어촌 노선, 공공버스는 경기교통공사가 위탁 운영하는 준공영제 모델이다.
여기에 대광위가 중앙정부 주도로 운영하는 광역버스 체계가 더해지면서, 경기도 버스 행정은 지방과 중앙이 뒤섞인 복잡한 형태를 띠게 됐다.
이처럼 행정이 이원화되면 협상도 분리된다. 경기도는 도 단위 노선을 조정할 수 있지만, 중앙기관인 대광위에는 개입할 권한이 없다. 대광위 역시 도 단위 협상에 참여할 법적 근거가 없다. 행정적으로는 분리된 구조지만, 교통망은 하나로 이어져 있어 결과적으로 ‘정책은 따로, 현장은 함께’ 움직이는 모순이 발생한다.
지난 10월 1일 오전, 최종 조정회의에서 임금협상을 타결한 노사 양측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기도 내부의 버스 단체 구조 역시 지나치게 복잡하다. 시내·농어촌·공공·광역버스 사업자가 각각 다른 조합과 협의체로 구성돼 있고, 노조도 여러 계열로 나뉜다.
이로 인해 중앙정부가 대광위 차원의 협상 테이블을 열려고 해도, “누가 공식 상대방이냐”를 명확히 하기 어렵다. 결국 행정 이원화(법적 분리)와 조합 다원화(현장 분산)가 맞물리며, 단일 협상 구조를 만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김포운수·선진버스 등 대광위 소속 일부 업체는 이번 인상안을 수용하지 못했다. 경기도 노선은 합의됐지만, 광역버스 노선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도민 입장에서는 파업이 끝났는데도 출퇴근 주요 노선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는 2027년까지 모든 노선을 준공영제로 통합하겠다고 밝혔지만, 행정 구조와 조직 체계가 정비되지 않으면 실행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가 추진 중인 ‘통합협의체’는 논의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대광위가 참여하지 않는 이상 실질적 구속력은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임금 갈등이 아닌 행정 구조의 실패로 진단한다. 교통정책 전문가들은 “경기도와 대광위가 따로 움직이는 구조를 먼저 바로잡아야 준공영제 확대도 실효를 가질 수 있다”며 “중앙과 지방, 노조와 조합이 함께 참여하는 단일 협상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기도 한 광역버스 업체 관계자는 “경기도 버스 관련 단체와 조합이 너무 많아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어렵다”며 “노선마다 관리기관이 달라 행정 절차가 길어지고, 현장에서는 피로감이 쌓인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와 대광위가 따로 움직이는 구조에서는 협상 자체가 매번 임시봉합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정부나 지자체를 상대로 유리한 협상 테이블을 만들려면, 각 조합이 하나의 창구로 의견을 모으고 행정 절차도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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