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분야 주요 공공기관의 계약 관리 부실이 잇따라 드러났다. 한국철도공사가 6천억 원대 열차 납품 지연에도 책임자 징계를 하지 않은 데 이어, 국가철도공단은 조달청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와 다수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토교통위원회·대전 중구). ⓒ연합뉴스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중구)은 한국철도공사가 2018년과 2019년 다원시스와 6,720억 원 규모로 체결한 ‘ITX-마음’ 차량 358칸 납품 계약이 최대 1,055일 지연됐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직원 누구에게도 징계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고 29일 밝혔다.
당초 다원시스는 2018년 계약분 150칸을 2022년 12월까지, 2019년 계약분 208칸을 2023년 11월까지 납품하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각각 30칸과 180칸을 납품하지 못했다. 이에 한국철도공사는 납품 지연으로 노후 차량을 연장 사용하며 정밀안전진단과 유지보수 비용 약 53억 원을 추가 지출했다.
또한 초도 차량의 중량이 기준치(190톤)를 15톤 초과한 205톤으로 제작돼, 입석 승객 탑승을 제한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향후 25년간 약 111억 원의 운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정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자 징계는 ‘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는 2024년에도 같은 업체인 다원시스와 ITX-마음 116칸 납품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당시 다원시스는 2018~2019년 계약분 중 258칸을 납품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나, 철도공사는 납품 지연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납품 가능’ 판단을 내렸다. 평가위원회는 다원시스에 생산능력·안전관리계획에서 6점 만점 중 5.1점을 주는 등 ‘적격’ 판정을 내렸다.
박 의원은 “ITX-마음 사업은 계약 과정도, 공정 관리도 모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게 부실하게 진행됐다”며 “감사원 감사로 한국철도공사와 다원시스 간 계약 과정, 혈세 9천억 원 이상이 투입된 사업의 문제점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의원은 국가철도공단이 2022년 5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빌딩자동제어장치’ 구매 과정에서 총 10억 8,506만 원 중 81.1%인 8억 8,006만 원을 특정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몰아준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달청 나라장터에는 해당 품목의 등록 제품이 139개 존재하지만, 공단이 계약한 업체의 제품은 단 1건도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이 업체는 목공예 전문 기업으로, 나라장터에 등록된 197개 제품 모두 가구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해당 업체는 2022년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 농어촌공사, 수자원공사 등 10여 개 기관과 44건의 수의계약을 체결해 총 73억 원을 수주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매출이 연평균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용갑 의원은 “관련 특허도 없고 조달 등록도 없는 업체에 수의계약을 몰아주는 행태는 공공조달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라며 “국토교통부와 감사원이 철도공단 등 산하 기관의 계약 관행을 전면 조사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