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자동차는 법적으로 ‘자동차’이지만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은 금지되어 있다. 고배기량 모터사이클 이용자들은 “자동차인데 왜 못 들어가냐”고 반발하고, 교통전문가들은 “사고 시 보호구조가 없어 위험하다”며 신중론을 유지한다. 기술 발전과 안전 우려가 맞서며 반세기 된 금지 규정의 현실성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48번 국도를 달리는 고배기량 모터사이클 이용자들. 국내에서는 이륜자동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이 여전히 금지돼 있다. ⓒ교통일보도로교통법상 이륜자동차는 자동차에 포함된다. 자동차관리법 제2조는 도로에서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할 목적으로 원동기를 사용하는 이륜 이상의 차량을 자동차로 규정하고, 같은 조항에서 ‘두 바퀴를 가진 자동차’를 이륜자동차로 명시한다. 법적으로 이륜차는 승용차와 화물차, 특수차와 마찬가지로 자동차의 한 종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륜자동차는 도로교통법 제63조와 경찰청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제한 및 관리규정’에 따라 전용도로 진입이 금지된다. ‘자동차전용도로 통행금지’ 표지의 효력에 따라 위반 시 범칙금 3만 원이 부과된다.
이 규정은 1970년대 도로 인프라와 안전장비가 미비하던 시기에 제정된 것으로, 당시 정부는 “고속 주행 중 사고 시 탑승자 보호가 어렵다”는 이유로 이륜차의 전용도로 통행을 제한했다. 2005년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이 교통안전을 위한 공익적 목적에 부합한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50년 동안 교통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2023년 기준으로 출시되는 400cc 이상 고배기량 모터사이클은 차체 안정장치(ABS), 트랙션 컨트롤, 전자제어 서스펜션 등을 기본 장착하고, 제동력과 조향 안정성도 승용차에 버금간다.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2022년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이륜차 사고는 1만8천295건으로 전년보다 11% 감소했다. 그러나 공단 통계는 배달용과 고배기량 이륜차를 구분하지 않아, 라이더들은 “배달 오토바이와 고배기량 투어링 바이크를 같은 위험군으로 취급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이륜차의 통행 기준을 세분화했다. 일본은 배기량 125cc 이하 이륜차의 고속도로 진입을 금지하지만, 125cc를 초과한 차량은 정식 면허를 보유하면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영국은 50cc 미만 차량과 임시면허 보유자의 모터웨이 통행을 금지하고, 정식 면허를 취득한 모터사이클은 통행이 허용된다. 독일은 도로교통규칙 제18조에 따라 구조상 최고속도가 시속 60km 이상인 차량만 아우토반을 이용할 수 있어, 성능 요건을 충족한 모터사이클은 자유롭게 전용도로를 달릴 수 있다. 이처럼 각국은 차량 성능과 운전자 자격을 기준으로 통행 허용 범위를 조정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22년 발간한 연구보고서 ‘이륜자동차 사고원인 분석 및 교통안전 개선방안’에서 “이륜자동차의 법제도가 시대 변화에 맞춰 정비되어야 한다”며, 차량 성능·면허·도로환경의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할 경우 단계적 완화가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2023년 발표한 보도자료 ‘이륜자동차 관리, 자동차 수준으로 대폭 강화한다’에서 “이륜차 통행 제한은 교통안전을 위한 관리 체계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사고 위험과 인프라 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이륜차 업계는 이에 맞서 ‘차등 허용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대형면허 보유자, 일정 배기량 이상의 차량, 인증된 안전장비를 갖춘 운전자에게 한정해 자동차전용도로 진입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 차량까지 금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안전교육 강화와 보험제도 정비를 병행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년 동안 고배기량 모터사이클을 즐겨온 김범석(52) 씨는 “고배기량 바이크와 일반 오토바이는 전혀 다른 차종으로 봐야 한다”며 “대부분의 라이더는 고가의 차량을 보유한 40~60대로, 과속과 신호위반을 하지 않는 만큼 안전운전 의식이 높고 음주 운전은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배달용 오토바이와 고배기량 오토바이를 동일시한 사고 통계만으로 규제를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이륜차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자동차는 차체 프레임이 충격을 흡수해 탑승자를 보호하지만, 이륜차는 사고 시 운전자가 외부 충격을 직접 받는다.
고배기량 모델이라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노출형 구조이기 때문에, 고속 주행 중 발생한 한 건의 사고가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일반 도로에서도 이륜차의 치사율은 자동차보다 약 2~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운전자의 안전의식이다. 이륜차는 차로 변경이나 끼어들기 등 위험 운전행위의 비율이 높고, 이로 인한 사망사고 비중도 자동차보다 높게 집계된다.
교통정책 연구자들은 “배기량이나 성능이 아니라 운전 행태의 차이가 더 큰 위험요소”라며 “교통 문화가 선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만 풀어주는 것은 사고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교통학계에서는 이륜자동차의 자동차전용도로 진입을 둘러싼 논의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도로교통법과 자동차관리법 간의 불일치보다, 먼저 운전자 의식과 안전문화의 성숙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도 개선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더라도, 기술 발전만을 근거로 규제를 완화하기보다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의 점진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이륜자동차의 자동차전용도로 진입이 금지된 가장 큰 이유는 안전 문제에 있다”며 “대한민국은 아직 교통 선진국 수준에 이르는 과정에 있으며, 운전자 의식과 교통 문화가 전반적으로 안전 중심으로 자리 잡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배기량 이륜차라 하더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충격을 흡수할 차체 구조가 없어, 운전자가 직접 충격을 받는다”며 “기술적으로 차량 성능이 향상됐다 하더라도 제도 완화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