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휴업 중인 법인택시 면허 1천대를 말소하고 개인택시 500대를 신규 발급하는 ‘법인택시 감차 사업’을 연내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하지만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실질 증차”라며 총량제 훼손과 생계 위협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광화문 일대를 운행중인 서울 택시. ⓒ교통일보
조합은 가장 큰 문제로 총량제 훼손을 지적한다. 서울은 과잉 공급을 막기 위해 택시 면허 수를 총량제로 관리해 왔다. 그러나 휴업 상태의 법인 면허를 개인 신규면허로 바꾸면 도로 위 차량 수는 늘어난다. 조합 관계자는 “총량제를 유지하는 척하면서도 실제로는 차량이 늘어나 제도의 근본 취지를 무너뜨린다”고 말했다.
서울 법인택시는 가동률 저하로 이미 구조적 위기에 빠져 있다. 2019년 50.4%였던 가동률은 2022년 32.5%까지 떨어졌고, 올해 6월에도 30% 초중반에 머물렀다. 전체 2만2천여 대 중 7천 대가 휴업 상태다.
법인택시에는 2020년 전액관리제가 도입됐다. 기사가 하루 수입금을 회사에 전액 납부하면 회사가 월급을 주는 제도로, 과거 사납금제의 과속·과로 문제를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임금이 최저 수준에 머물고 실적 압박이 남아 있어 안정적 제도로 안착하지 못했다. 기사들은 낮은 수익성과 근로여건 악화를 이유로 업계를 떠났고, 그 결과 휴업 면허가 늘어났다.
조합은 “법인 내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면허만 바꾸는 것은 미봉책”이라고 주장한다.
생계와 안전 우려도 크다. 개인택시 기사 평균 연령은 60대 초반을 넘어 고령화가 심각하다. 많은 기사가 운행 시간을 줄이거나 휴업 중인데, 신규 면허가 늘어나면 은퇴하지 않은 고령 기사와 새로 진입한 기사들이 동시에 경쟁한다.
공급은 늘어도 수요는 그대로라면 수입이 줄고, 체력이 약한 고령 기사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장시간 노동이 심화되고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조합의 우려다.
제도의 구조적 차이도 쟁점이다. 개인택시는 개인사업자로 면허를 양도·상속할 수 있어 재산권 성격을 가진다. 한 개인택시 기사는 “택시 면허는 집이나 땅처럼 평생 모은 재산”이라며 “어렵게 구한 면허가 있는데, 서울시가 신규를 늘리면 평생 재산으로 지켜온 면허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직원이 아니라 식당이나 상점에서 물건을 파는 것처럼 직접 수익을 책임지는 개인사업자”라며 “서울시가 새로운 면허를 늘린다면 기존 면허의 가치 하락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인택시는 면허가 회사 소유이고 기사는 근로자 신분이다. 개인은 자율성이 큰 대신 고령화와 자율 휴업 문제가 겹치고, 법인은 관리·교육 체계가 있지만 처우 악화 시 가동률이 급락한다. 전환정책은 이 이중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지 못한다.
서울특별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사무실 입구. ⓒ교통일보 조합은 절차 투명성 문제도 제기한다. 전환 면허가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배분되는지, 투기·매점매석 방지가 가능한지, 운행 의무와 유지 기준은 무엇인지 서울시는 아직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조합은 “사회적 합의와 충분한 검토 없이 속전속결로 추진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해외 사례는 서울시 정책에도 분명한 시사점을 준다. 일본 정부는 2002년 도쿄를 포함한 대도시권에서 택시 규제를 완화해 신규 면허 발급을 쉽게 허용했고, 법인 중심으로 차량 대수가 크게 늘었다.
공급 과잉으로 기사 수입이 줄고 경쟁이 격화되자, 결국 2009년 ‘택시활성화법’을 제정해 특정 지역의 신규 진입을 제한하고 차량 대수를 조정하는 통제를 다시 도입했다. 도쿄는 규제 완화로 공급을 늘렸다가 혼란을 겪은 뒤 통제로 선회한 만큼, 서울시 역시 단순 면허 확대가 아닌 운행 총량과 수요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조합은 궁극적 해법이 구조적 처방에 있다고 강조한다. 법인 부문에서는 전액관리제를 정상화하고 임금·복지 모델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요가 몰리는 야간·도심·심야 시간대에는 운행 의무와 출차 인센티브를 부여해 공급 편중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 부문은 은퇴 관리와 휴업 제도, 차량 안전·정비 기준을 강화해 신규 면허 발급이 시장 왜곡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환 면허의 배분 기준과 유지 의무를 공개하고, 실적에 따라 회수·재배분할 수 있는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플랫폼 배차 데이터를 활용해 권역별 부족 시간대를 실시간 보정하는 체계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서울시가 가동률·대기시간·취소율·사고율 같은 성과 지표를 사전에 공표하고, 목표에 미달하면 전환 속도를 자동 조정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합은 “문제는 단순히 면허 숫자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누가 운행하느냐”라며 “서울시는 전환 계획의 근거 데이터와 배분·감독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전액관리제를 정상화하고 기사 근로여건을 개선하는 구조적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