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또다시 택시요금 인상안을 추진하자 근본 대책 없이 반복되는 요금 논의에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22일 오후 광주교통문화연수원 대강당에서 ‘택시요금 현실화 시민공청회’를 개최했다. ⓒ교통일보 광주광역시는 22일 오후 광주교통문화연수원 대강당에서 ‘택시요금 현실화 시민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택시업계 경영수지를 고려한 요금 인상 필요성이 제기됐고, 광주시가 제시한 13.35% 인상안을 두고 시민과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오갔다.
시는 “운송원가가 지난해 대비 13.3% 상승한 1,633.2원으로 집계됐고, 광주 요금 수준이 타 지역 대비 낮은 상황”이라며 기본요금 4,800원(1.7㎞) 등 인상안을 발표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택시요금 조정은 시민의 삶과 직결되고 업계에는 생존의 문제인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번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시민의 부담은 최소화하고 서비스 품질은 높이면서, 택시업계 안정화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수렴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22일, '택시요금 현실화 시민공청회'에서 한 택시 기사가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교통일보 그러나 이번 공청회는 2년 전과 사실상 같은 방식과 논리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 요금 인상은 반복되고 있지만, 정작 택시산업의 근본적인 구조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택시 종사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공청회 현장에서 만난 조규택(60대) 택시기사는 “아침 7시에 나와 밤 12시까지 일해도 남는 게 거의 없다”며 “기름값, 보험료, 식자재비 다 올랐는데 요금은 그대로”라고 토로했다.
그는 “요금을 현실화하려면 20%는 올려야 한다”며 “택시 동료 중엔 차 할부금 내느라 점심도 제대로 못 먹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금 인상이 곧바로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같은 자리에서 만난 나영채(60대) 택시기사는 “요금만 올린다고 능사가 아니다”며 “오히려 요금이 오르면 손님이 더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버스는 광주G-패스를 통해 노인과 학생에게 요금을 할인해주고, 시가 그 손실을 일부 보전하고 있다”며 “택시도 그런 공공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택시조합원들이 택시요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교통일보
한편, 전문가들은 택시업계의 체질 개선과 제도적 보완이 동시에 이뤄져야 실효성 있는 변화가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는 “요금 인상은 현재 물가상승 흐름에 따라 불가피하지만, 경쟁이 과열된 택시업계 구조에서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도어투도어라는 택시 고유의 강점을 살려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배차 회피 지역까지 운행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업계와 지자체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특정 시간·지역에 쏠리는 운행 구조로는 플랫폼 택시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지속 가능한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요금 외에도 탄력요금제, 필수운행제, 환승할인제, 콜 배차 시스템 효율화 등 제도 개선안이 제시됐지만, 실제 정책화 여부는 미지수다.
광주시는 인상안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택시정책심의위원회와 물가정책심의위원회를 거칠 계획이다.
반복되는 요금 현실화 논의 속에서 이번에는 실질적인 교통제도 개편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공청회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택시조합원과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교통일보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