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운송업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택시 운수종사자의 평균 연령은 62세로 고령화가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승객 감소와 플랫폼 확산이 겹치면서 수익성은 바닥을 치고 있고, 신규 인력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인력 공백은 안전 문제와 서비스 품질 저하로 곧장 이어진다.
서울 강남 도심 도로에서 차량들이 극심한 정체를 빚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그러나 같은 현실을 다른 시각에서 보면 전환의 단초가 보인다. 자율주행과 스마트 모빌리티는 단순히 운전자를 밀어내는 기술이 아니다. 차량 정비·소프트웨어 업데이트·원격 관제·데이터 분석 등 새로운 직무가 파생되고 산업 생태계는 오히려 넓어진다.
'청년백수 100만 시대'라는 현실 속에서 자동차운송업이 기술 기반 일자리를 흡수할 잠재력 있는 산업으로 탈바꿈할 여지가 충분하다. 고령 인력이 경험을 살려 안전 교육과 멘토링을 맡고, 청년층이 기술 직무를 담당하는 세대별 역할 분담 구조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다.
해외는 이미 이 방향을 검증했다. 미국 웨이모는 2020년대 초부터 피닉스에서 무인택시를 상용화했고, 중국은 2023년 베이징·광저우에서 로보택시 영업을 허용했다. 두 나라 모두 운전직 감소보다 관제 인력·안전요원·데이터 전문가라는 신직무 확대가 두드러졌다.
초기에는 운전 경험이 풍부한 기존 기사들이 안전요원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세대 간 전환 가능성도 확인됐다. 한국 역시 이러한 구조 변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산업 전환을 적극 모색할 시점이다.
산업 전환의 비유로는 일본 소니 사례가 적절하다. 전자제품 중심 구조에서 게임·콘텐츠·소프트웨어로 축을 옮겨 매출 절반 이상을 신사업에서 창출한 소니처럼, 자동차운송업도 자율주행과 데이터 비즈니스로 확장하면 미래 산업으로 재편될 수 있다.
정부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15일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자율주행 학습용 원본 영상데이터 활용 허용과 시범운행 실증지역 확대 방향을 제시했다.
오는 24일에는 강희업 국토부 제2차관 주재로 현장 토론회를 열어 버스·택시·렌터카 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포티투닷·라이드플럭스 등 10여 개 기업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 유튜브 생중계로 국민 의견도 수렴할 계획이다.
업계도 변화를 외면하지 않는다. 전국 4개 주요 택시 단체는 지난 9월 성명에서 "자율주행은 안전을 전제로 택시 면허 기반으로 도입돼야 한다"며 단순 반대가 아닌 제도권 안에서의 상생을 내세웠다.
이들은 정부가 운수종사자 재교육·감차·금융 지원을 포함한 책임 있는 전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미국·중국 모델을 그대로 따르는 대신 한국형 K-자율주행 생태계 구축을 제안했다.
전환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정부·기업·대학의 3자 협력 구조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교통안전공단과의 공동 워크숍, 대학 연구소와 연계한 정비·관제 전문 인력 양성과정, 민간 기업과의 데이터 실증 공유 등이 조합과 협회 주도로 제도화돼야 한다.
보조금 지급에 그치는 지원을 넘어, 청년 인력의 안정적 유입과 기존 종사자 재교육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기반을 갖출 때 자동차운송업은 한국형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