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남권의 핵심 간선인 서부간선도로가 달라진다. 서울시가 양평동(목동교)~가산동(금천교) 8.1km 구간 상부를 일반도로·녹지로 전환하는 평면화 공사를 진행 중이다. 교통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제2의 청계천'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부간선도로 오목교 구간 평면교차로 및 녹지 조성 조감도. (자료=서울시)
서울 서남권의 핵심 간선인 서부간선도로가 달라진다. 서울시가 양평동(목동교)~가산동(금천교) 8.1km 구간 상부를 일반도로·녹지로 전환하는 평면화 공사를 진행 중이다. 교통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제2의 청계천'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부간선도로는 안양천을 따라 이어지는 자동차 전용도로다. 신호 없이 통과하는 입체 교차로 덕분에 빠른 통과가 장점이었고, 2021년 개통된 10.33km 유료 지하도로가 고속 통행을 보조하고 있다. 이번 평면화는 오목교·오금교·고척교·광명교 지하차도를 폐쇄하고 일반 사거리와 신호 체계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목동교·신정교·사성교·철산교 4곳은 지하차도를 그대로 유지한다.
6월 15일 오목교 지하차도가 먼저 폐쇄됐다. 혼잡이 예상보다 심해지자 서울시는 8월 28일 광명교·오금교 추가 폐쇄를 연기했다. 대신 오목교 구간을 올해 11월까지 조기 완공하고 6개월간 모니터링한 뒤 나머지 구간을 순차적으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내놨다.
사업의 명분은 생활권 회복이다. 상부 왕복 4차로를 유지하면서 보도·자전거도로·녹지 4만4천 제곱미터를 조성하고, 자전거도로 3.5km를 안양천-한강 축과 연계해 보행·자전거 네트워크를 확장한다.
총 녹지 면적은 10만7천~11만9천 제곱미터로 추산된다. "안양천 접근성이 수월해지고 산책로와 공원이 늘어나면 주민 생활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사거리가 생기면 인근 상권에 활력이 돌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그러나 반발도 거세다. "퇴근길 1km에 20분이 걸린다", "수출의다리 하나 건너는 데 1시간이 걸렸다"는 경험담이 잇따른다. 지하도로는 소형차 기준 통행료 2,800원이 부과돼 '유료도로 유도' 의혹이 반복되고, 총중량 3.5t 초과 중형 화물은 아예 통행이 제한돼 상부 혼잡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광명~서울고속도로가 주민 반대와 공정 지연으로 2027년 말 개통 목표가 밀린 상황에서 '대체도로 효과'는 아직 공허하다. "대체도로 없이 1,200억 원을 들여 도로 폭을 줄이는 것은 교통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라는 비판도 힘을 얻는다.
이 사업의 뿌리는 박원순 전 시장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타당성 조사, 2015년 투자심사, 2016~2019년 기본설계, 2019~2022년 실시설계를 거쳐 2023년 착공됐다. 오세훈 시장은 조기 완공과 단계적 전환을 집행하고 있어 두 시장의 정책 비전이 겹쳐진 형태다.
청계천 복원(2003~2005)은 자주 거론되는 비교 사례다. 청계고가 철거로 초기 혼란이 컸지만 버스 중심 대중교통 개편과 우회도로 확보로 대응했고, 완공 이후 도심 보행·생태 기능 회복과 관광자원화 효과로 재평가됐다. 보스턴 '빅디그'도 지상 고속도로를 지하로 옮겨 도심에 45개 공원을 만들었지만, 당초 26억 달러였던 예산이 최종 146억 달러로 불어나 교훈을 남겼다.
그러나 서부간선도로 평면화는 두 사례와 구조가 다르다. 청계천과 빅디그가 상부 교통 기능을 과감히 걷어내고 보행 공간으로 전환했다면, 서부간선은 하루 최대 12만 대가 오가는 간선 기능을 유지한 채 신호 체계를 도입하는 '절충형'이다.
상부는 왕복 4차로를 살리되 횡단보도와 녹지를 얹고, 하부 유료 지하도로가 고속 통행을 담당하는 이중 구조다. 장점과 위험이 공존하는 이 모델에서 운영 설계와 단계별 검증이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된다.
안대희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시민 안전과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단계적으로 평면화해 걷기 좋은 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감도가 아니라 구체적 데이터와 주민의 일상 속 체험이 '제2의 청계천'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출퇴근 시간이 실제로 줄었는지, 지하도로 요금이 합리적인지, 새 녹지가 생활에 어떤 편익을 주는지가 사업의 진짜 성적표가 된다.
도심 한복판에서 보행과 생태 공간으로 재탄생한 청계천. 서부간선도로 평면화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