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마을버스 적자 보전 방식에서 벗어나 운행 실적과 관리 수준에 따라 지원을 차등화하는 ‘성과 인센티브’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재정 지원 구조를 둘러싼 시와 업계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서울 시내에서 시민들이 마을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는 내년부터 마을버스 운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대신, 운행률 개선과 회계 투명성을 충족한 업체에 재정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시는 지난 6일 마을버스 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운행률 개선·회계 투명성 강화 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적자 업체 운행률 제고를 위한 추가 비용 투입 ▲운수 종사자 신규 채용 확대 ▲운영 실태 관리·감독 강화 등 제도 개선 방향을 확정했다.
이 방침이 공개되자 업계는 재정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운영 부담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은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다음 달 1일부터 마을버스를 대중교통 환승 체계에서 이탈시키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영 체계인 마을버스가 환승 손실금의 일부만 보전받는 구조에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이유다.
조합이 제시하는 근거는 환승 정산 구조다. 승객이 마을버스에서 다른 대중교통으로 환승할 경우 마을버스에 정산되는 요금은 676원에 그친다. 기본요금 1200원과 비교하면 승객 1인당 524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 체계에서는 승객이 늘어날수록 수입이 비례해 늘기보다 환승 비중 확대에 따라 손실 폭이 먼저 커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조합은 마을버스 승객 수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올해 71.9% 수준에 머물고, 이 가운데 60% 이상이 환승 승객이라는 점을 들어, 현행 정산 구조가 유지되는 한 적자 구조가 고착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는 다만 기존의 ‘적자 보전 중심’ 지원 구조를 ‘성과 연동’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는 해당 방침을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에 전달했고, 11일부터 세부 내용을 조율하는 실무 협의에 착수한다. 협의가 마무리되면 인센티브 규모와 신규 채용 인원을 확정해 2026년도 서울시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성과 연동’ 체계가 이 환승 정산 구조와 어떻게 맞물리느냐다. 운행률과 배차 준수 여부를 기준으로 지원을 차등화할 경우, 운행 실적을 높일수록 환승 비중이 높은 노선에서는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 관리 강화가 곧바로 수익 구조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에서, 성과 지표와 재정 지원 기준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제도 개편의 관건으로 남는다.
이 같은 상황을 근거로 조합은 재정 안정화를 위해 지원 기준액을 현행 48만6098원에서 50만9720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성과 인센티브를 더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본 지원 단가 자체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운영 구조가 바뀌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매년 수백억원을 투입해 적자를 보전해 온 상황에서 요구를 전부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서울시는 마을버스 적자 지원에 2022년 495억원, 2023년 455억원, 2024년 361억원을 투입했고, 올해도 관련 예산으로 415억원을 책정했다. 시는 운행률과 배차 간격을 제대로 지키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가 혼재해 있는 만큼, 적자 규모만을 기준으로 일괄 지원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서비스 품질과 운영 성과를 기준으로 지원을 차등화해야 재정 투입의 효율성을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성과 연동’ 체계는 단순한 보상 장치를 넘어 관리 기준 강화 수단으로 기능하게 된다. 운행률과 배차 준수, 회계 관리 수준이 재정 지원의 조건으로 작동하면, 지원 방식은 곧 운영 방식에 대한 통제 장치로 바뀐다. 서울시는 조합이 서비스 개선과 관리 기준 강화에 동의할 경우 재정지원 기준액 상향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기본 방향은 ‘무조건 보전’에서 ‘조건부 지원’으로 이동하는 구조다.
시 관계자는 “운행률 등 마을버스 서비스를 개선한 업체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업체 간 형평성을 높이려는 취지”라며 “운수 종사자 확대와 교육 지원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 측은 “환승 손실금 정산액이 적어 만성적인 적자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서울시와 협의를 이어가면서 향후 대응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정 투입 규모와 성과 연동 원칙을 둘러싼 시와 업계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제도 개편 논의는 ‘적자 보전’ 중심 구조를 유지할 것인지, ‘관리 기준을 전제로 한 지원 체계’로 전환할 것인지를 가르는 분기점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