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돼 차량 사고 수리 시 순정부품이 아닌 ‘품질 인증 대체부품’이 보험금 지급 기준으로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보험료 인하와 부품산업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지만, 소비자 권리 침해 논란도 만만치 않다.
오는 8월 16일부터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돼 차량 수리 시 순정부품 대신 인증 대체부품 사용이 원칙화된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은 오는 8월 16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의 핵심은 보험사가 차량 사고 수리비를 산정할 때 순정부품(OEM)이 아닌 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가 인증한 ‘품질 인증 대체부품’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순정부품 사용을 원할 경우, 대체부품과의 가격 차이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순정부품 가격이 100만 원이고 인증 대체부품이 65만 원이라면, 보험금은 65만 원까지만 지급된다. 차주가 순정부품을 선택하면 나머지 35만 원은 직접 부담해야 한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대체부품을 선택하면 보험료 일부를 환급해주는 페이백 제도가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사실상 폐지되거나 축소됐다.
금융당국은 제도 취지를 “보험금 지출을 줄여 보험사 손해율을 개선하고, 장기적으로 보험료 인하와 부품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대체부품은 순정부품 대비 평균 30~40% 저렴하며, 충돌 시험에서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소비자 불안을 최소화하고 제도 안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비자 반발은 거세다. 보험으로 사고 차량을 ‘사고 전 상태’로 복원하는 것이 원칙인데, 정품 대신 대체부품을 강제하는 것은 명백한 권리 침해라는 주장이다.
일부 차주는 “정품 사용을 원하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구조 자체가 불합리하다”며 국회 전자청원과 청원24 등 온라인 청원에 반대 서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수만 명이 동의한 상태다.
업계 일각에서는 시행 과정의 졸속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당국이 지난 5월 개정안을 발표한 뒤 불과 3개월 만에 시행을 강행하면서 정비업계와 보험업계 모두 충분한 준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전산 시스템 세팅조차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시행에 들어가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보완 요구가 나온다. 국회에서는 △소비자 고지 및 선택권 보장 절차 마련 △KAPA 단독 인증 구조 개선 △정비·보험업계 협의체 구성 △시범사업 도입 등을 통해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자동차보험은 국민의 일상과 직결된 공공제도다. 보험료 절감과 부품산업 육성이라는 취지가 분명하지만, 소비자의 권리 침해와 현장 혼란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업계와 정치권이 어떤 보완책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