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개인택시조합 복지회가 퇴직자·탈퇴자 4,425명에게 지급해야 할 이직위로금·할당금 환불금 837억 원을 마련하지 못한 채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다.
서울특별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복지회 사무실 입구. (사진=교통일보)
서울개인택시조합 복지회가 스스로 공개한 수치는 위기의 깊이를 숨기지 않는다. 조합이 16일 공지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5월 말 기준 전체 조합원 4만8,505명 가운데 복지회 가입자는 3만6,579명(75.4%)이다. 반면 미가입·탈퇴자는 1만1,926명에 달한다. 문제는 이 가운데 이직위로금과 할당금 환불금을 아직 받지 못한 사람이 4,425명, 미지급액이 837억 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복지회는 1982년 출범 당시부터 ‘적립식’ 제도가 아니었다. 현직 조합원들이 매달 납부하는 할당금을 모아 그때그때 퇴직자에게 나눠 주는, 일종의 상호부조·친목계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이 구조에서는 장부상 ‘적립금’이 쌓이지 않는다. 실제로 현재 복지회 계좌 잔고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급은 오직 “들어오는 돈”에 의존해 이뤄지는 구조다.
문제는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훨씬 빠르게 늘고 있다는 데 있다. 조합 측 설명대로라면 복지회 자산으로는 마곡 LPG충전소, 조합 양천지부 건물, ㈜서울개인택시복지법인 출자금 등 약 137억6,000만 원 규모가 있다. 그러나 이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현재 누적된 미지급액 837억 원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앞으로 퇴직할 현 회원들 몫까지 포함하면, 잠재 부채 규모는 7,000억~8,0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구조적으로 ‘갚을 수 없는 약속’을 계속 쌓아온 셈이다.
이 구조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초기에는 가입자는 많고 퇴직자는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나면서 상황은 정반대로 뒤집혔다. 장기 근속자가 늘고, 고령 퇴직자가 급증하면서 지급 수요는 빠르게 커졌다. 반면 할당금 부담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2022년 2월부터는 할당금을 월 6만7,000원으로 고정했다. 실질 수입은 묶인 반면, 지출 압박은 계속 커지는 구조가 굳어진 것이다.
서울개인택시조합 복지회원 가입·탈퇴 현황과 이직위로금·할당금환불금 미지급 현황을 보여주는 자료. 여기에 탈퇴자 증가까지 겹쳤다. 탈퇴자가 늘수록 유입되는 돈은 줄어든다. 결국 현재는 매달 걷히는 할당금으로도 과거의 미지급분을 감당하지 못해, 지급 지연이 반복되고 미지급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복지회가 더 이상 ‘지급 시점을 늦추는 방식’으로 버티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조합은 뒤늦게 ‘복지 정상화 특별위원회’를 꾸려 금융·회계·법률 전문가들과 대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특히 장기근속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가점 구조를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복지회원 가운데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오래 근무할수록 훨씬 많은 금액을 받는 구조가 누적 부담을 키웠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는 곧 “받을 돈이 줄어드는 사람들”의 반발과 직결되는 문제다. 조합이 말하는 ‘대승적 희생’이 실제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할당금 납부 중단이나 지급 중단 같은 극단적 카드도 거론되지만, 그 파장은 조합 내부를 넘어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지급 상태에 놓인 퇴직·탈퇴자들 입장에서는 “기다려 달라”는 말이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상황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건 지배구조의 공백이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최근 차순선 이사장이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된 데 이어, 전국개인택시연합회장 임기 시작으로 이사장직을 사임하면서 현재 강우풍 부이사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조만간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지만, 의사결정의 중심축이 흔들린 상태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구조 개편을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복지회의 위기는 ‘운영 미숙’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적립 없이 굴러온 구조 자체의 한계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결과에 가깝다. 상호부조 방식이 고령화와 탈퇴 증가, 지급 수요 급증이라는 현실을 버티지 못하고 붕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정상화 논의가 시작됐지만, 지금의 수치들이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선택지는 고통스럽고, 시간은 조합 편이 아니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