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심야에도 시속 30km 제한을 일괄 적용하는 현행 제도를 두고 위헌 소송이 제기됐다. 속도 규제를 시간대별로 탄력 운영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제한속도 표지판과 속도표시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시속 30km 제한은 도로교통법 12조 1항에 근거해 24시간 연중무휴 적용된다.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취지지만, 심야·새벽 시간대에도 동일한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 규정 자체를 헌법에 위배된다며 다투는 소송까지 제기되면서, 제도의 운영 방식 전반이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새벽 시간대 스쿨존을 시속 48km로 통과했다가 과태료 처분을 받은 한 변호사가 처분에 불복해 즉결심판을 청구한 뒤,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기각되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청구인은 예외 없이 30km 제한을 적용하는 현행 규정이 행동자유권과 평등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심리 중이다. 도로교통법 12조 1항이 본안 판단 대상이 되는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단속이 과하다’는 불만 차원을 넘어, 교통 규제가 어디까지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정책적 쟁점을 함께 던진다. 현행 제도는 시간대, 통행량, 보행자 존재 가능성과 무관하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이에 대해 청구인 측은 “어린이가 거의 통행하지 않는 심야 시간대까지 동일한 제한을 두는 것은 목적 달성을 넘는 과도한 규제”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교통 현장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심야 시간대 차량 통행이 적은 구간에서도 제한 속도를 지키기 위해 급감속과 재가속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추돌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운전자들은 “속도를 낮추는 것 자체보다, 흐름이 끊기면서 발생하는 위험이 더 크다”고 호소한다. 단속 중심의 규제가 실제 안전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실증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도로교통공단은 2023년 일부 구간에서 심야 시간대 제한속도를 30km/h에서 50km/h로 상향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그 결과 평균 통행속도는 7.8% 증가했고, 제한속도 준수율은 49.3%포인트 상승한 92.8%를 기록했다. 속도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했을 때, 오히려 규정 준수와 교통 흐름이 함께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수치로 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해외 사례를 봐도 국내와는 운영 방식이 다르다. 미국, 영국, 호주 등은 원칙적으로 등하교 시간대에 맞춰 스쿨존 속도 제한을 운영한다. 통학 시간에는 강하게 규제하되, 야간이나 방학 기간에는 일반 도로 기준을 적용하는 구조다. 시간대와 통행 특성을 반영해 규제를 차등화하는 방식으로, 규제의 실효성과 수용성을 동시에 고려한 설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은 입법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주말과 야간, 방학 기간에는 속도 제한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심의 중이다. 유사한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논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이번에는 헌법소원 심리와 맞물리면서, 제도 개선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교통 안전 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신중론을 편다. “어린이 보호라는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간대별 완화가 자칫 규제 전반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고, 운전자 인식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스쿨존 사고가 한 번 발생하면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규제 완화 논의는 더욱 엄격한 기준과 보완책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보호가 필요한 시간대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시간대에는 합리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정책 신뢰성과 준수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전광표지판을 활용한 시간대별 가변 제한속도, 통행량과 보행자 밀집도에 따른 구간별 차등 적용 등 기술적 대안도 함께 거론된다.
결국 쟁점은 ‘어린이 보호’라는 목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규제가 현실과 괴리되지 않도록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헌재 판단과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스쿨존 속도 규제의 운영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보호의 원칙과 교통 운영의 합리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가 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