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주·창원 등에서 버스 파업과 준파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자체가 적자를 보전하는 준공영제 구조 자체가 노사 갈등과 재정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산 시내버스 노조 파업 첫날인 7일 오전, 울산 중구 병영사거리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텅 빈 차로를 바라보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들어 버스 파업을 둘러싼 긴장은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표면화됐다. 울산 시내버스 노조가 7일 첫차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고, 광주버스노조가 9일 재파업을 예고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버스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과 창원에서도 파업이 반복되면서, 적자를 지자체가 보전하는 준공영제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공통점은 이들 지자체가 모두 ‘버스준공영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버스업체의 적자를 보전하는 대신 노선 유지와 공공성을 확보하는 제도로, 2004년 서울 도입 이후 전국으로 확산됐다.
제도의 취지는 분명하다. 수익성이 낮은 노선도 유지해 시민 이동권을 보장하고, 민간업체가 수익성만을 기준으로 운행하지 않도록 공공성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준공영제 도입 이후 배차 안정성과 노선 유지 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재정 구조와 책임 구조가 함께 굳어졌다는 데 있다. 적자가 나면 지자체가 보전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노사 협상 과정에서 비용 증가가 사실상 ‘외부화’되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노조 입장에서는 임금 인상 요구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버스회사 역시 인건비가 오르더라도 손실을 지자체가 메워주는 구조에서는 경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제한된다. 반면 지자체는 노사 협상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에 깊숙이 개입하기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합의된 인건비와 비용 증가는 고스란히 재정 부담으로 돌아온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구조이지만, 비용 증가를 통제할 실질적 장치는 약하다는 지적이 반복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준공영제는 ‘안정적인 대중교통 운영 장치’라는 원래 취지보다 ‘재정이 투입되는 고비용 구조’라는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매년 수천억 원대 보조금이 투입되고,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서비스 품질 개선이나 운영 효율화, 투명한 회계 공개는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여러 차례 감사와 지적을 통해 버스회사 임원 보수 문제나 회계 처리의 불투명성이 도마에 올랐지만, 구조 자체를 바꾸는 개편은 번번이 미뤄져 왔다.
최근 잇따른 파업 국면은 이런 구조적 한계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임금 갈등이지만, 그 이면에는 ‘어차피 재정이 메워준다’는 구조적 전제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노사 모두 협상 비용의 상당 부분을 시민과 지자체 재정에 전가하는 셈이 되고, 파업이 반복될수록 제도에 대한 시민 피로도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서울과 부산, 창원 등은 준공영제 전반을 재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도입 20년을 계기로 재정 지원 구조와 성과 평가 체계를 손보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부산과 창원도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방향의 핵심은 ‘무조건 보전’에서 ‘성과와 책임을 반영한 지원’으로 구조를 바꾸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는 노선별 운행 실적, 승객 수, 정시 운행률 등 객관적 지표를 기준으로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모든 노선과 모든 업체에 동일한 기준으로 지원하는 대신, 성과와 효율성을 반영해 재정을 배분하자는 취지다. 일부에서는 노선 묶음 입찰이나 준공영·민영·공영 혼합 운영 등 다양한 운영 모델을 병행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한다. 유럽 일부 국가처럼 노선 단위로 경쟁과 평가를 도입해 재정 투입 대비 효과를 점검하는 방식도 참고 사례로 언급된다.
회계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 역시 빠질 수 없는 과제다.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구조인 만큼, 민간업체라 하더라도 재무 자료 공개와 정기 감사는 제도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재정 지원이 ‘권리’처럼 인식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성과와 책임이 함께 따라오는 구조로 바꾸지 않으면 재정 부담 논란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노사 관계 측면에서도 제도적 보완 필요성이 거론된다. 버스 운송이 사실상 도시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서비스인 만큼, 파업 시 시민 피해를 최소화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철도·항공·전기·수도 등과 마찬가지로 필수공익사업 지정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다. 다만 이 역시 노동권과 공공성 사이의 균형이라는 민감한 쟁점을 동반하는 만큼, 단순한 제도 도입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결국 준공영제를 둘러싼 논쟁은 ‘유지냐 폐지냐’의 이분법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제도의 목적이 시민 이동권 보장과 공공성 강화에 있는 만큼, 관건은 재정 효율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제도 안에 녹여낼 것인가다.
파업이 반복되고 재정 부담이 누적되는 지금의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보조금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준공영제가 버스회사와 노조의 안정 장치에 머무를지, 아니면 시민의 이동권을 중심에 둔 공공 교통 시스템으로 재정렬될지는, 지금 진행되는 개편 논의의 방향에 달려 있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