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을버스 업계가 재정지원 확대와 환승 정산 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운행 중단을 검토했지만 강경 대응은 유보하기로 했다. 다만 단계적 대응 수순에 들어가면서 서울시와의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앞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승객들이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은 22일 인천 영종도에서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당장 운행을 멈추는 방식의 대응은 하지 않되 단계적인 압박 수순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시내버스 파업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마을버스까지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당장의 교통 혼란은 피하게 된 셈이다.
다만 갈등의 핵심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조합은 이번 총회에서 ‘2025년 서울시 재정지원 지체에 따른 대응 방안’과 ‘대중교통 환승통합거리비례제 운임정산비율 재조정 요청’을 의결하고, 시장 면담 요청과 시청 앞 기자회견, 1인 릴레이 시위, 차량 현수막 부착 운행, 준법운행, 환승합의서 탈퇴 검토까지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운행 중단도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은 유지됐다.
마을버스 업계가 문제 삼는 핵심은 ‘환승 정산 구조’다. 서울시는 2004년부터 지하철·시내버스·마을버스를 하나의 요금 체계로 묶는 환승통합거리비례제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요금이 어떻게 나뉘느냐다. 현행 구조에서는 승객이 1500원을 내고 시내버스를 탄 뒤 마을버스로 환승할 경우, 시내버스가 833원, 마을버스가 667원을 가져간다. 철도→마을버스→시내버스 순으로 이동하면 마을버스 몫은 439원까지 줄어든다. 마을버스가 ‘연결 수단’ 역할을 할수록 수익이 더 줄어드는 구조라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조합은 이 정산 구조로 인해 최근 3년간 환승 손실액이 2370억원에 달했다고 주장한다. 연도별로는 2022년 868억원, 2023년 765억원, 2024년 733억원이다. 마을버스는 지하철역이나 간선버스 정류장과 주거지 사이를 잇는 역할을 주로 맡는데, 이용은 많아도 요금 배분 구조상 수익이 남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돼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요금 문제도 겹쳐 있다. 마을버스 요금은 10년 동안 단 한 차례만 인상됐다. 조합은 최근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현행 1200원인 요금을 시내버스와 같은 1500원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물가와 인건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요금은 사실상 묶여 있었고, 환승 정산 구조까지 겹치면서 수익 구조가 더 악화됐다는 주장이다.
재정지원 기준액을 둘러싼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처럼 준공영제가 아니라 민영제로 운영되지만, 공공성을 이유로 서울시가 환승 손실과 운영 손실 일부를 지원해 주고 있다. 조합은 물가 상승과 임금 인상 등을 반영해 올해 대당 기준액을 지난해(48만6000원)보다 2만원 이상 올린 50만9720원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예산 범위를 이유로 49만1000원을 제시하면서, 대신 인센티브 사업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는 요금 인상 효과와 지원 확대 등을 들어 업계 여건이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시의 마을버스 지원 예산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늘어난 상태다. 반면 조합은 “버스가 다닐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로 적자가 나면 시가 보전해주는 반면, 마을버스는 같은 환승 체계 안에 있으면서도 위험 부담은 더 크게 떠안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서울시에는 현재 1630대, 252개 노선의 마을버스가 운행 중이다. 주로 지하철이나 시내버스가 닿지 않는 골목과 주거지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올해 2월 서울시가 발표한 운영 현황 자료를 보면, 139개 업체 가운데 흑자 회사와 적자 회사가 비슷한 수준으로 갈려 있다. 일부 업체는 구조적으로 적자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업체들이 법적으로 파업 주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실제 운행 중단에 나설 경우 행정처분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힌 상태다. 업계는 일단 단계적 대응을 선택했지만, 환승 정산 구조와 재정지원 기준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한 갈등의 불씨는 쉽게 꺼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결정은 ‘일단 멈추지는 않되, 문제 제기는 계속하겠다’는 신호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