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심야 자율주행택시 실증 확대와 유료 전환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택시업계가 제도 충돌을 우려하며 전담 조직을 꾸리고 대응에 나섰다.
서울 심야 자율주행택시. (사진=서울시)
서울 252개 법인택시회사가 회원으로 참여하는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은 23일 ‘법인택시 자율주행택시 TF’를 구성하고 자율주행택시 확대에 따른 제도 대응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합은 자율주행택시 사업에 기존 법인택시 면허를 활용하고, 택시업계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최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제출했다.
이번 대응은 서울시가 지난해 9월부터 강남·서초 일대에서 심야 자율주행택시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향후 운행 지역과 시간대 확대, 유료 전환까지 검토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시범사업은 평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시험운전자가 탑승한 자율주행 차량이 실제 승객을 태우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서울시는 시범 운행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이용 실적을 기록했고, 현재까지 사고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해 왔다.
조합이 문제 삼는 지점은 자율주행택시가 기존 택시와는 다른 제도 틀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택시는 면허를 기반으로 요금, 영업 구역, 차량 대수, 종사자 자격 등 여러 규제를 적용받아 왔지만, 자율주행택시는 시범운행지구 제도와 각종 특례를 통해 별도의 구조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업계는 동일한 여객 운송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규제 부담이 다른 서비스가 병존하는 상황이 될 경우, 기존 면허 체계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내부 사정도 여유롭지 않다. 조합에 따르면 현재 법인택시의 가동률은 약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사 인력 부족과 수요 변화로 차량을 충분히 운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요응답형 교통(DRT) 등 택시와 유사한 기능의 이동 서비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조합은 이런 환경에서 자율주행택시까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경우, 기존 택시 공급 구조에 추가적인 부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에서는 자율주행택시가 이미 상용 단계로 진입한 사례도 적지 않다. 미국에서는 자율주행 기업들이 여러 도시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며 대규모 유료 운행 실적을 쌓고 있고, 중국에서도 일부 도시에서는 무인 자율주행택시가 일상적인 이동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국내의 경우 현재는 시험운전자가 탑승하는 형태의 레벨3 단계에 머물러 있어, 기술 수준과 제도 환경 모두에서 해외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조합은 자율주행 기술 도입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제도 전환 과정에서 기존 운송시장과의 충돌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 마련, 설명회 개최, 연구용역 추진 등을 통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자율주행택시 확대가 도로교통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택시발전법, 개인정보 보호, 보험 제도 등 여러 법·제도와 맞물려 있는 만큼, 제도 정비를 둘러싼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