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일선 경찰서 정밀조사>
이동식 과속단속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일선 경찰관들이 임의로 삭제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져 '사후 개입'의 의혹을 빚고 있다.
최근 모 경찰서 경비교통과의 한 소속 의경이 단속사진을 삭제해줬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올린 사실이 알려져 이같은 의혹을 키웠다.
해당 의경은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은 맞지만 삭제해줬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뒤늦게 해명했으나 경찰청이 이 경찰서의 이동식 과속단속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일선 경찰관들이 임의로 삭제했는 지의 여부 등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어 그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의 과속단속장비는 크게 이동식과 고정식으로 나뉘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경찰관이 도로 현장에서 갖고 다니며 운용하는 이동식 장비다.
고정식의 경우 과속차량이 찍힐 경우 바로 해당 지방경찰청으로 사진이 전송돼 저장되므로 임의삭제 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이동식의 경우 현장에서 경찰관이나 교통의경이 촬영경찰서로 복귀해 사진을 전송하기 때문에 '사후 개입'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그동안 이동식카메로 단속사진 등이 카메라 하드디스크에 저장돼 삭제가 불가능하고 삭제하더라도 그 흔적이 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경찰이 카메라 제작업체에 확인한 결과 컴퓨터를 이용할 경우 지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속현장에서도 시간이 다소 걸리기는 하지만 사진을 찍은 뒤 바로 삭제할 수 있으며 특히 찍힌 사진들을 상부기관인 지방경찰청에 전송하기 전 일반 컴퓨터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삭제가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경이나 경찰관이 운전자 등의 부탁을 받고 특정 차량이 찍힌 사진을 삭제할 가능성은 상존하게 된다.
경찰은 단속 카메라에 찍힌 모든 사진을 삭제할 수 없다는 규정과 정기적 감사 등을 들어 임의삭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만 카메라의 하드디스크를 복원하지 않는다면 사진 장수를 허위로 보고해 얼마든지 삭제사실을 숨길 수 있다.
현장 삭제의 경우 단속장비 조작을 통해 '미처리' 단속사진들을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일반 컴퓨터를 이용해 사진을 지울 경우 '미처리'로도 분류가 안돼 서류상으로는 파악하기 힘들며 하드디스크 복원을 통해서만 판별할 수 있다.
과속단속 카메라의 사진이 저장되는 하드디스크 점검이 그동안 거의 없는 등 매우 허술하게 관리돼 이번 조사에서 임의삭제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파장은 전국 경찰로 번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이동식 과속단속 카메라 운용 과정 곳곳에 이처럼 비리가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정확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