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한 도시철도 무임승차를 둘러싸고 서울, 부산, 대구 등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정부에 적자보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한 도시철도 무임승차를 둘러싸고 서울, 부산, 대구 등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정부에 적자보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교통일보 자료사진)서울시의 적자보전 지원 요청에 기획재정부가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보전 지원 불가 방침이 나오자 논란의 불길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기재부의 완강한 지원 반대 입장과 더불어 내년 총선에서 노인층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여야의 태도를 고려할 때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6일 정치권과 정부 및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가 무임승차 운영 등에 따른 적자를 이유로 8년 만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선언하자 정치권이 무임승차 제도 개선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단 방침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서울시의 지하철 요금 인상과 관련해 적자 보전이 불가하단 입장이다. 이에 무임승차 제도 개선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적자보전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아울러 도시철도 무임승차로 인한 재정 타격이 가장 큰 부산시도 무임수송에 따른 적자분을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기회에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각종 노인복지 혜택의 기준이 되는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정치권에서 커지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65세 이상 노인의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분을 지원해준다면 올 상반기 계획 중인 대중교통(지하철·버스) 요금 인상(300~400원) 폭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여야는 지난해 공익서비스손실보전(PSO) 예산 확보에 동의했으나 기재부가 반대해 도시철도 무임승차 국비 지원이 무산됐다.
정부 지원으로 도시철도 요금 인상 폭을 낮출 수 있었으나 그렇지 못하게 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오 시장의 정책 방향에 홍준표 대구시장도 가세했다. 홍 시장은 자신의 SNS에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을 노인복지법상 노인 연령인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노인 기준연령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시는 지난해 시내버스 무상이용 노인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정했으며, 이에 맞춰 도시철도 무상이용도 70세 이상으로 하는 통합 조례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 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정치권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그동안 서울을 비롯한 전국 광역자치단체가 정부에 도시철도 무임승차 국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번에는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공요금을 비롯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여러 곳에서 노인을 위한 사회비용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에 따른 노인 빈곤층도 증가하고 있어 복지 혜택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철도 무임승차가 쏘아 올린 화살로 노인 연령 상향 조정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오 시장은 “대중교통 요금 체계 개편은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발등의 불이지만, 급격하게 고령사회가 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복지 구조를 어떻게 바꾸느냐’ 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바탕에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의 빠른 진전으로 인해 무임승차의 타격이 가장 큰 부산시는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부산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어 도시철도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2021년 부산 도시철도 적자액은 1948억 원으로, 이중 무임손실 적자액은 1090억 원이었다. 무임손실 비율이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이는 서울(27%)을 비롯한 타지역 도시철도 무임손실 비율보다 배 이상 높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오랫동안 정부에 도시철도 무임승차 국비 지원을 요청해왔고, 지난해 다른 지역 도시철도 운영체와 함께 정부는 물론 대선 당시 유력 후보 캠프에 국비 지원 건의문을 전달하는 등 꾸준히 이 문제에 대응해 왔다는 입장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무임승차로 인한 재정 타격이 심각하지만, 노인 연령 상향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도시철도 재정과 연계해 이슈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래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