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취객 ‘집에 갈 권리’까지 정부가 챙겨줘야 하나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11-19 03:09:08

기사수정
  •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에 드는 의문…정부의 시장 개입·규제가 실패 초래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4일 발표한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이 속속 시행되고 있으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4일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국토교통부)

카카오모빌리티 등 플랫폼업계는 심야 탄력호출료를 적용하고 있다. 심야 탄력호출료는 택시 호출이 어려운 시간대인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탑승을 희망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다. 택시기사의 수입을 올려줘 야간 운행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다. 플랫폼 가맹택시는 최대 5000원, 비가맹택시는 4000원의 호출료가 요금 외에 별도로 붙는다.

 

또 서울시는 지난 10일부터 개인택시 부제를 전면 해제했다. 일단 연말까지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사실상 전면 해제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개인택시 부제 전면 해제는 45년 만에 이뤄지는 조치로, 개인택시의 영업 자율권을 확대해 심야시간대 추가적인 택시 운행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서울시는 12월부터 심야할증 시간을 조정하고 요금도 올린다. 현재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인 심야할증 시간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로 늘리고, 승객이 많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2시에는 기본 할증률(20%)의 배인 40% 할증을 적용한다.

 

내년 2월 1일부터는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오른다. 동시에 기본거리는 현행 2㎞에서 1.6㎞로 줄어든다.

 

이처럼 여러 대책들이 본격 시행되면서 예전에 비해 택시 수급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아직 대책의 효과를 단정 짓기에는 시기상조로, 수요가 폭증하는 연말을 지나면 정확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드는 의문이 하나 있다. 심야 택시이용객들은 사실 대부분 취객들인데 “정부가 취객들이 집에 잘 들어갈 수 있도록 택시 잡는 것까지 나서서 챙겨주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이다. 세계의 주요 도시 중 우리나라 수도권처럼 버스·지하철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있는 곳도 드문데 말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놀라는 것 중의 하나가 휘황찬란한 밤의 문화다. 밤늦게 술 마시고 다니다가는 폭행이나 강도를 당하기 쉬운 자기네 나라에 비해 새벽까지 먹고 마시는 사람들로 붐비는 밤거리, 그리고 그 취한 국민을 안전하게 귀가시켜 주기 위해 눈물겹도록 애쓰는 정부. 자기네 나라, 도시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심야 시간에 택시가 부족한 이유 중 하나가 운전기사들이 취객들에게 툭하면 욕을 먹고 폭행을 당하기 때문이다. 이건 수입 이전의 인간적인 문제다. 

 

술 취하면 다 개가 된다고 했다. 법무부 차관 같은 덕망 있는 사회지도급 인사도 술 취해서 택시기사를 폭행한다. 취객의 귀가 권리를 챙겨주려고 애쓰기보다는 취객 폭행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한 처벌을 마련하는 게 더 필요해 보인다. 

 

정부가 택시 대책을 세우면 문제가 다 잘 해결될 것 같은데 그게 그렇지 않다. 정부 대책이라는 것이 여길 만지면 저기가 터지고, 저기 터진 곳을 만지면 여기가 다시 터지기 일쑤다. 한 마디로 정부 대책 같은 거 잘 안 되는 것이다. 사회주의국가의 계획 경제가 대부분 실패하는 거 보면 잘 알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인 우리나라 정부 정책의 실패 사례도 차고 넘친다.

 

심야 택시난 문제의 이면에는 그동안 정부가 수많은 택시 정책을 도입하고 시행해 온, 시장 개입과 규제의 결과가 있다. 물론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정부는 국민 교통편의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정당화할 수는 있겠지만, 시장 원리를 외면하다 보니 문제가 꼬이기만 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그 자체만으로도 시장의 비효율성이 커지고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정부 실패는 치명적이다. 정부는 웬만해선 실패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를 바로잡는 것도 어렵고, 실패를 되풀이 할 우려가 있다. 사실 지금 나온 여러 택시 대책들도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국민 안전과 시장 경쟁 확대 등 기본적인 것에 집중하고 택시 운영과 공급, 요금 등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 될 수 있다. 시장 개입과 규제로 실패를 초래하는 일을 되풀이하지 말고 그냥 시장에 맡겨보도록 하자. 시장은 우리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자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보행자 지위' 배달·청소로봇 사고 책임은?…법령 정비한다 보도로 다니며 배달, 순찰, 청소 등을 하는 실외이동로봇의 상용화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경찰이 사고가 났을 때 책임 소재와 조치 사항을 규정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에 나선다.28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실외이동로봇 등 원격운전 통행 안전성 제고를 위한 법제도 개선 연구'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경찰청은 제안요청서에서 ...
  2. 김포골드라인·9호선 혼잡도 낮춘다…국비 지원해 철도 증차 정부가 서울시와 김포시의 도시철도 혼잡도를 완화하기 위해 국비를 지원한다.국토교통부는 올해 서울시와 김포시에 각각 64억원, 46억원의 국비를 투입해 철도 증차 지원에 나선다고 28일 밝혔다.김포시에는 향후 3년간, 서울시에는 4년간 한시적으로 국비가 지원된다.이를 통해 김포 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는 2026년 말까지 5편성 증차하고,...
  3. 제네시스, ‘GV70 부분변경 모델’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럭셔리 중형 SUV GV70가 한층 세련된 디자인과 독보적인 상품성으로 돌아왔다. GV70 부분변경 모델제네시스 브랜드(이하 제네시스)는 26일(금) ‘GV70 부분변경 모델(이하 GV70)’의 디자인을 최초 공개했다.   지난 2020년 12월 출시된 GV70는 역동적이고 유려한 디자인, 강력한 성능과 다채로운 편의사양의 조화를 바탕으로 글
  4. 대한항공, 7월 1일부터 인천~마카오 신규 취항 대한항공은 7월 1일부터 인천~마카오 노선에 주 7회 일정으로 신규 취항한다. 대한항공 보잉 737-8인천~마카오 운항 시간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오후 9시 15분에 출발해 마카오국제공항에 현지시간 오후 11시 55분에 도착한다. 귀국 항공편은 마카오국제공항에서 현지시간 다음날 오전 1시 10분에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오전 6시에 도착하는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