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교통사고 시 합의금 등의 처리비용을 버스기사에게 떠넘겨오던 묵은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이 "버스기사가 사고 피해자에게 지급한 합의금 등은 회사측이 보전해줘야 한다"며 피고용인인 버스기사들의 손을 들어준 것.
대법원 제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이모씨(59)가 "단체협약에 따라 회사가 지급해야할 치료비와 합의금을 피해자들에게 대신 지급했다"며 D시내버스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6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광주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전국자동차노련광주버스노조가 맺은 단체협약에 따르면 '조합원인 운전기사가 유발한 사고와 관련한 합의금 등 처리비용은 최종적으로 피고 회사가 부담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번 판결은 광주노동청, 광주지검, 1심 재판부가 원고 등 버스기사들의 진정과 고소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결론내린 바 있다. 하지만 원고가 항소해 2심 재판부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으며, 이어 피고 측인 D버스회사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기각결정을 내렸다.
승소 판결을 내린 광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차행전)는 "광주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전국자동차노련광주버스노조가 맺은 단체협약 제38조는 조합원인 운전기사가 유발한 사고와 관련한 합의금 등은 최종적으로 피고 회사가 부담한다는 의미로 규정된 것으로 보이므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268만7500원과 이에 대해 2009년 10월17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 회사가 피해자에게 합의금 등을 지급한 경우에는 조합원에 대해 그 합의금 상당의 금원을 구상하지 않기로 했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이 스스로 자신의 형사처벌을 면하거나 혹은 그 사고로 인해 받은 인사·급여상의 불이익을 피할 목적에서 직접 피해자와 접촉해 적정한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에 관한 합의를 하고 합의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피고 회사가 조합원에게 그 합의금 상당의 금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상고 기각을 결정한 대법원도 "상고 이유의 주장이 모두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각호에 정한 어느 사유에도 해당하지 아니해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며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버스운전기사들은 크게 반기고 있다. 한 광주시내버스기사는 "그동안 회사에서는 작은 사고가 나도 배차를 해주지 않고 개인적으로 합의해 올 것을 압박했는데 이번 판례를 통해 개인 합의를 종용하는 악순환이 청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광주지역 대부분의 버스회사들은 교통사고 발생시 수백만 원에 달하는 처리비용을 버스운전기사 개인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버스기사들의 임금이 월급제가 아닌 일급제인 점을 악용해 사업주가 사고를 야기한 운전원들에게 배차를 해주지 않고 간접적으로 개인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는 것.
기사들이 부담하는 교통사고 처리비용은 교통사고 건당 대략 100만원에서 500만원을 상회한다. 이 과정에서 자부담을 거부할 경우 징계수준을 넘어 사퇴압력까지 공공연히 행사되고 있다는 것이 운전기사들의 주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고시효의 경우 10년이기 때문에 10년 안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합의서나 영수증 등이 있으면 구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